[기자수첩]잡셰어링 유감

[기자수첩]잡셰어링 유감

 “합의입니까, 협의입니까. 협의면 구속력이 없지 않습니까?”

 “합의에 가까운 협의 수준입니다. 아무리 전경련이 주도해도 (그룹들이) 관심이 없다면 되지 않습니다.”

 25일 오전 최고 28%에 이르는 국내 주요 그룹의 대졸 초임 삭감 발표 직후 재계를 대표해 나온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과 기자단이 임금삭감 재원 활용방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정병철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일이 없어서 근무시간이 확 줄었고 이 때문에 추가 근무를 하지 않으니 직원들의 급여가 깎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3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이 모두 참석해 열린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 결과는 구체적인 채용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기업들의 초임 삭감과 이의 불가피성이 주요 발표내용이었다. 재원 활용방안은 ‘일자리 지키기·나누기에 사용’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기자들이 이날 발표에 의구심을 가진 사이 뉴스가 하나 타전됐다. 삼성그룹이 이날 전경련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계열사별로 10∼15% 초임을 삭감하고 대신 “발생하는 여력은 고용안정에 활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의 판단은 빠르고 시의적절했다. 대기업이 나서 준다면 ‘경제 심리’는 중견기업으로 이어질 것이고 다시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임금 삭감의 대상은 새로 들어올 신입직원의 가벼운 월급봉투를 겨냥했다. 그들을 담보삼아 지금 기성세대는 ‘잡 셰어링’을 하고 있다. 잘못은 기성세대가 저질러 놓고, 우리의 ‘미래’에 책임을 묻고 있다. 우리의 ‘미래’와 ‘꿈나무’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정작 ‘그룹사’들은 구체적 내용을 털어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2009년 2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