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관련 회사들이 ‘보릿고개’를 넘기위해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에 전방산업의 신규 설비투자 마저 실종된 상황이라 현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현금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외부 자금조달 방식중 단기차입금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장기차입금보다 이율이 저렴하고, 우선적으로 기업활동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대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개별소자회사인 KEC(대표 곽정소·이상철)는 이달 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으로부터 180억원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KEC 관계자는 “최근 매출 상황이 좋지 않고, 현재 경제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감안해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이라면서 “기업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미리 여유자금을 확보해놓은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키징회사인 세미텍(대표 김원용)은 지난 12월과 1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신한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을 늘리기로 했다. 91억원 상당의 액수이며,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LCD장비회사인 제우스(대표 이동악·문정현)는 이달 1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수입물품대 결제를 위한 외환대출 한도약정을 하면서,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78억원을 단기차입하기로 했다.
LCD 부품업체인 이라이콤(대표 김중헌)은 지난해 11월 단기차입금을 기존의 175억원에서 295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장기차입금(120억원)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김영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차입금의 경우 금리가 높고,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CB·BW의 경우에도 효과가 적다”면서 “현시점에서 단기차입금 증가는 기업들이 운전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승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올해 반도체·LCD의 경우 투자도 준데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회사들이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단기차입금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