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출범 7년, 좌담회] 성과와 미래발전방향 토론회

24일 전자신문사에서 열린 ‘위성방송의 현재와 미래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24일 전자신문사에서 열린 ‘위성방송의 현재와 미래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지난 2002년 출범한 우리나라 위성방송이 3월 1일로 개국 7주년을 맞는다.

 위성방송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디지털 유료방송 시대를 열었고 난시청 지역 해소, 전파월경에 따른 문화주권 수호 등 적잖은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로부터 7년여가 흐른 현재 237만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케이블 중심이던 유료방송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혔고 위성 수신기와 셋톱박스, 채널사용사업자(PP)와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출범 전후의 높은 기대에 비해 위성방송의 현 외형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은 2006년부터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누적적자 규모가 크다. 인터넷(IP)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새로운 매체와도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전자신문은 지난 24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위성방송 7주년 성과와 미래발전방향’ 좌담회를 개최했다. 아직까지는 미완으로 평가받는 위성방송의 지난 7년을 되짚어보는 한편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 부장)=230만이 넘는 가구가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위성방송에 대한 관심은 그리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 보는 위성방송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하주용(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많이 잊혀졌다는 평가가 맞는 것 같다. 특히 정책적으로 그렇다. 스카이라이프는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정책적 지원을 받지못했다. 내부적으로도 채널 편성이나 콘텐츠 확보 등에서 공격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독창성도 더 많이 고민했어야 한다.

 ◇황근(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우리나라 위성방송이 등장하던 시기는 정책의 방향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크게 제한되던 시기, 규제가 많았던 때다. 그래서 위성방송은 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 큰 부담을 갖고 출발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여러 정책적 한계를 돌파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20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보니 이제는 다양한 모습의 강력한 매체들이 생겼났다. 보다 일찍 정책적 장벽을 넘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가졌을 것으로 본다.

 ◇사회=지난 7년간 위성방송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237만의 가입자에다 이제는 자체 수익을 내는 구조도 됐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평가하자면.

 ◇손승혜(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출범 당시에는 정말 장미빛 청사진 일색이었다. 하지만 위성방송은 수많은 어려움을 넘어서며 오늘에 이르렀다. 우선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고 수용자들의 인식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성방송의 성과라면 유료방송시장에 경쟁이 가능하고 대안이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다만, 선발주자와 후발주자가 있는데 처음부터 무한 경쟁을 유도한 것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봐야 한다. 진정한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후발주자가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배려하는 지원책이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사회=우선, 위성방송이 겪어온 과거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보자. 이를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법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황근=크게 세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소유규제다. 위성방송은 처음부터 소유규제가 있었다. 통신사업자가 방송에 진입한다는 것에 대해 당시 저항이 많았다. 출범하면서 기존 사업자와 충돌을 회피하려다 보니 지상파와 거의 같은 지분구조로 시작했다. 1대 주주가 책임있게 경영하지 못했던 점, 때문에 운영자금 부족현상을 겪었고 힘이 많이 빠졌다. 두번째로 지상파 재송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았다. 재송신 허가여부, 대가 등에서 생긴 문제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세번째로 경영목표가 명확하지 않았다. 뉴미디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안착이 중요한데 사업성보다는 공적인 책무를 너무 크게 부여받다 보니 수익 경영을 하지 못했다.

 ◇하주용=스카이라이프는 아직은 7살밖에 안 된 뉴미디어다. 왜 성장하지 못했느냐를 지금 지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위성방송을 통해 땅을 파지 않고도 방송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다. 난시청 지역 해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사업자를 막연하게 경쟁·비지니스 영역으로만 놔두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 등으로 재전송 문제를 해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위성방송은 재전송에 아직도 문제가 있다. 미국은 ‘케리원 케리올(Carry One, Carry All)’조항을 두고 있다. 특히 유료방송시장에 있는 케이블과 위성은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사회=일면 타당한 지적인 것 같다. 이런 것 가운데 해결할 부분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황근=스카이라이프가 계속 주장해온 것이 경쟁매체와의 형평규제다. 케이블방송이나 IPTV가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법에는 위성방송과 위성DMB를 같은 영역으로 구분하면서 경쟁자마다 법이 다르게 적용된 부분이 있다. 케이블TV는 소유규제의 완화흐름을 타면서 외국자본, 대기업 자본이 진입해 성장한 측면이 있다. 현 정부 들어 위성방송의 소유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미디어법과 연계되겠지만 큰 이견이 있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본다.

 ◇사회=콘텐츠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좀 더해 보자. 특히 지상파 재전송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손승혜=이제는 단지 채널을 150개 늘리는 차원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디지털시대에는 주문형비디오(VoD)와 양방향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위성만으로는 기술적으로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 디렉티비의 경우 다양한 실험을 했다. 위성방송에다 인터넷을 통해 VoD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부 다 위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양방향성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재전송 부분은 케이블과 공정경쟁이 가능한 쪽으로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하주용=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런 것은 쉽지않다. 우선 패키지 구성이라도 다르게 해야 한다. 수용자 의견을 잘 파악해서 적정한 가격에 고를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는 시도가 필요하다. 케이블에 다 나오는 것이라면 굳이 스카이라이프를 선택할 필요가 있겠는가. 독특한 패키지가 무엇인지 조사해봐야 한다. 우선 시청자 요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김광석(아서디리틀(ADL)코리아 상무)=미국은 콘텐츠가 먼저 발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플랫폼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시장이다. 위성방송은 통신기능이 없는 사실상 유일한 순수 유료방송 매체다. 차별화된 패키지를 구성하고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것을 하려면 돈이 부족해진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7년간 차입과 콘텐츠 확보 등을 반복했다. 특히 재전송 부분에서 힘을 많이 소진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위성방송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이 있겠는가. 특히 케이블, IPTV 등 다른 플랫폼 사업자와의 비교를 통해 차별점을 논의해보자.

 ◇황근=IPTV의 등장과 디지털케이블이 나오면서 방송에도 양방향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전히 TV는 TV’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직은 수동형 TV시청자가 많다고 본다. 양방향은 여기에 약간의 플러스 알파다. 매체간 콘텐츠 차별화를 완벽하게 이뤄낼 수 없다. 제작구조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의 콘텐츠에 일부 플러스 알파를 가져가는 전략이 좋겠다. 완전 기본형 패키지나 시청자가 채널을 선택하는 알라까르떼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많은 밸류에이션을 사업자가 다양하게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광석=스카이라이프의 차별화 포인트는 순수한 유료방송 사업자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위성방송은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고화질 집중화 전략도 긍정적으로 본다. 위성방송의 HD는 지상파와는 다른 유료방송 영역에 서있다. 지상파가 HD를 이끌어 갈수록 위성방송에도 분명히 기회요인이 있을 것이다. 위성방송은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회=위성방송이 쌍방향성이 부족하고 최근 부각되는 방통 결합상품 등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손승혜=해외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결합상품을 갖고 있다. 방송을 송신하는 것 이외 부가서비스는 브로드밴드나 ADSL을 사용하는 예가 있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위성방송은 케이블과 큰 차별화 전략이 필요없다. 가입자당매출(ARPU)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아직 채널이 많지않은 IPTV 에 주목하는 것은 VoD나 시간대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 동시성이 IPTV의 강점이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것도 차별화다. 미 디렉티비의 강점은 주말 스포츠와 외국어 채널 패키지를 가지고 있는 점이다. 전국 권역에 콘텐츠를 한번에 쏠 수 있는 것은 위성방송의 강점이다.

 ◇사회=스카이라이프가 ‘명품 H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초기이지만 이에 대한 평가도 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겠는가.

 ◇하주용=위성방송의 가입자 가운데 40%는 농어촌 지역에 있다. 그 시장에 대한 패키지는 별도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시장을 빼앗아 오는 신규 전략이 필요하다. HD 전략은 워낙 많은 채널이 있고 매체가 많다보니 큰 매력이 아닐 수 있다. HD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발이라도 앞서나가는 공격적인 대응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손승혜=2005년경 지상파방송이 HD를 강화할 당시 스카이라이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가입자를 잃었던 경험이 있다. HD전략은 이것을 만회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른 사업자들도 HD를 강조해 나갈 것을 가정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디지털 중심의 방송 격변기가 이미 시작됐다. HD만으로는 모든 것을 얻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IPTV는 교육이나 유아 등의 특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김광석=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청자가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HD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HD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 비해 사업자가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한다는 문제는 있다. 위성과 IPTV를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연계한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IPTV사업자도 스카이라이프와의 협력으로 고화질 HD채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향후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기존 고객만을 생각하지 말고 부가가치 확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황근=위성방송이 명품 방송을 강조한다면 채널 하나 하나마다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 콘텐츠별 요금제를 가져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DVD대여점 시장을 대체한다는 생각으로 명품 VoD를 대거 확보해 나갈 수도 있다. 다양한 편성과 가격 정책으로 HD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지금까지 위성방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위성방송의 발전을 위한 조언 한마디씩을 부탁드린다.

 ◇김광석=스카이라이프는 정부의 지원보다 규제속에서 지난 7년간을 지내왔다. 가장 취약한 것이 재전송 문제다. 여기에 원가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다른 유료방송과 같은 규제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스카이라이프는 명품 HD 등의 집중화 전략과 타 매체와의 협력에서 신규 성장기회를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주용=스카이라이프가 비교적 높은 해지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체 가입자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해지 건수가 2005년 이후 매년 몇십 만건에 달하고 있다. ‘왜 해지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신규로 고객을 잡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 해지율을 크게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의 성향조사와 시청자 요구 등에 대한 세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패키지 구성이나 콘텐츠 전략 등을 마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승혜=위성방송과 케이블TV, IPTV 등이 모두 공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정책 결정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도 대안은 항상 마련돼 있어야 한다. 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만 보면 주주와의 관계를 잘 정리해야 할 것같다. 가장 큰 잠재 경쟁자로 꼽히는 것이 IPTV인데 KT는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다. VoD강화나 고화질 정책 등 다양한 시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이런 것이 방송시장의 발전, 시청자의 혜택이 될 것이다.

 ◇황근= 우리나라 유료방송시장은 포화상태다. 단순히 가입자 수를 늘리는 정책보다는 현재 환경에서 돈을 더 버는 전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가입자보다는 ARPU를 올리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현재 가입자 수준에서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충성도 있는 시청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이 고민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IPTV나 디지털케이블은 점점 방송보다는 통신쪽을 지향할 것으로 본다. 위성방송은 통신이 없으므로 현재 방송환경에서 수익을 내는 전략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사회= 위성방송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을 갖고 있다. 지난 7년은 짧은 기간만은 아니다. 그동안의 운영에서 얻은 장점은 살리고 단점으로 지적돼온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면 위성방송이 시청자 편익을 증진하고 보편적서비스 매체로서 국민에게 더욱 친근한 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