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봄철 라운딩

[묵현상의 골프세상] 봄철 라운딩

 겨울 동안 동계 훈련을 하지 않은 골퍼들은 누구나 새해 첫 라운드에서 뒤땅을 친다. 가볍게 친다고 했는데도 힘이 들어가서 뒤땅을 치게 된다. 뒤땅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얇게 치다보면 진짜로 얇게 맞는다.

 뒤땅치는 주된 원인은 체중 이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 스윙을 하지 않다 보니 몸 움직이는 것이 지난 가을과는 많이 달라졌다. 드라이브 샷은 별 차이가 없지만 아이언 샷은 엄청나게 다르다. 체중 이동만 생각하면서 아이언 샷을 해야 한다.

 한두 클럽 길게 잡고 백 스윙을 천천히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 서너 홀을 지나다보면 감이 돌아온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페어웨이가 단단해서 드라이브 샷이 많이 굴러가기 때문에 드라이버 거리는 평상시보다 많이 난다. 평균적으로 15야드 정도 더 굴러간다.

 그린 주위에 볼이 떨어졌다. 평상시 같으면 기브 거리에 딱 붙여서 파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불가능하다. 샌드웨지나 피칭웨지는 쳐다보지도 말고 8번 아이언, 7번 아이언으로 굴려서 핀 근처에만 가도 성공이다. 로프트가 높은 샌드웨지, 피칭웨지로 칩샷을 하면 90% 확률로 뒤땅을 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퍼터, 8번, 7번 아이언으로 굴리는 샷을 해야 한다.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그린의 잔디들은 울퉁불퉁해졌다. 볼은 잘 구르지 않는다. 평상시 거리의 60%밖에 굴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구르는 방향도 제멋대로라서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이런 그린에서는 원 퍼트에 넣을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운 채 홀 근처에만 멈춰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퍼팅을 해야 한다. 약간 거리를 더 보고 퍼팅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른 봄에는 교과서적인 밀어치는 퍼팅 스트로크를 가진 골퍼가 때리는 스타일의 골퍼에 비해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수가 고수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퍼터 헤드가 약간 무거운 것으로 교체해서 봄철을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도 이른 봄에는 헤드 무게 350그램, 퍼터 전체 무게 520그램짜리 퍼터로 바꿔 들고 플레이를 한다.

 봄철에는 좋은 스코어를 만들 수 없는데, 자칫 욕심을 부리면 6월까지 고생한다. 한 번 스윙이 망가지면 고치는데 서너 달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고 3월 라운딩에서는 겨우내 잊었던 스윙감을 되찾는 데만 몰두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