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e러닝, 이용자는 `찬밥신세`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 모씨는 유통관리사, 네트워크관리사, 구매관리사 강습을 이러닝으로 받기로 하고 대금 130만원을 업체에 지급했다. 그러나 온라인 강사의 교습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강의 로그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하고 수강료 전액을 환불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90만원만 돌려받았다.

 #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류 모씨는 이러닝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5년간 380만원을 신용카드로 지급했다. 업체는 학습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류 모씨는 1년 뒤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계약 당시 설명하지 않은 콘텐츠 이용료, 제공하지도 않은 학습콘텐츠 CD 대금, 사은품 등을 포함한 294만원을 제외하고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고발사례



 e러닝(e-learning) 시장이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규나 표준약관 등이 없어 피해가 늘고 있다.

 26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e러닝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사례를 종합한 결과, 피해 신고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 연간 1000건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도 2500여건을 상회했다. e러닝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규나 표준약관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닝 서비스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 e러닝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1조7200억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는 기존 법률만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닝산업발전법’ 제25조에는 정부가 e러닝 이용자 기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보호법’과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도록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e러닝 분야 특수성을 감안한 법률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존 소비자 보호법이나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로 이용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강좌 종류나 강사자격, 수강료 등 이러닝의 핵심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어 해당부문의 무자격자가 엉터리 내용을 강의하더라도 이를 막을 법적 제제를 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닝 분야는 표준 약관조차 없다. e러닝의 특성을 반영한 학습프로그램 판매방법, 중도해약시 처리기준 역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닝산업발전법 제 25조 2항에 정부가 e러닝과 관련된 부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e러닝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게 행동규범을 제정할 것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을 뿐이다. e러닝 업체들이 주먹구구로 만든 약관이 곧 법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면상 한국소비자보호원 차장은 “2004년 7월 이러닝산업발전법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도 표준약관이 제정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사업자들에게 계약서 설명이나 교부 의무 등 관련 법규의 준수를 권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