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은행 CIO는 매트릭스 형태 전환 원한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3/090302020146_521301098_b.jpg)
IT인력이 보통 300명에서 많게는 600명이 넘는다. 100명이 넘는 IT 자회사를 통해 대부분 시스템관리(SM) 지원도 받는다. 게다가 대부분 시스템 개발업무를 외부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IT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연평균 7000만∼8000만원 선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당연히 IT시스템에 대한 현업의 신뢰도가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국내 산업 중 가장 방대한 IT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은행 IT 조직의 현주소다. 은행 CIO들이 오랫동안 효율적인 IT 조직 운영을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2009년 은행권 CIO의 화두는 ‘IT 조직 혁신’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자신문 CIO BIZ+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은행CIO 11명 중 10명이 IT 조직의 혁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IT 조직 혁신이 필요한 이유로는 △은행산업의 급격한 환경변화(7명) △IT 인력 노령화에 따른 IT 생산성 저하(2명) △IT 조직원의 안일한 자세(1명) 등을 꼽았다.
부산은행 장창진 CIO는 “은행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은행 경영의 중요한 부분인 IT 역시 변화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CIO인 정순정 IT센터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무한경쟁 시대에 IT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금융기관에 IT 조직 혁신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신한은행 CIO인 오세일 전무는 “현재 대부분 은행 CIO들이 새로운 업무 도입에 따른 IT 조직원 증가, 연령 및 경력 증가로 인한 고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며 혁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에 IT 조직의 혁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있었다. 한 CIO는 “현재 은행 IT 조직은 금융업무 이해,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개발 및 유지보수 노하우 등을 갖고 있는 전문인력으로 이뤄져 있다”며 “글로벌 은행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만큼 조직혁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방식의 IT 조직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11명의 CIO 중 8명이 은행업무와 IT 기능을 교차시키는 매트릭스 형태가 좋다고 답했다. 반면에 반론을 제기하는 CIO들도 적지 않았다. 외환은행 CIO인 장찬웅 상무는 “매트릭스 구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적이지만 실제 운영은 매우 어렵다”며 “매트릭스 구조의 본래 취지에 맞게 유연하게 현업과 IT 조직을 엮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2명의 CIO가 개발조직을 IT 기능 중심으로 구성, IT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1명의 CIO는 현업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업무 중심으로 IT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노령화된 IT인력 문제도 CIO들의 골칫거리다. 현재 대부분 은행IT 인력들은 적게는 30%, 많게는 50%가 책임자급 이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첨단 IT를 익히는 데도 한계가 있고, 근무 자세 등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CIO들은 조직노령화 문제의 대안으로 △현업부서 전출(6명) △현업관계(BR) 인력 양성(6명) △IT 재교육 강화(3명) △IT 전문직제 도입(3명) △IT 관리자 교육 강화(1명)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그러나 IT 인력 노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CIO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방안들도 대부분 한계를 갖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현업부서 전출은 인력 노령화 현상이 IT 조직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BR인력 양성이나 IT 재교육 강화 등도 현재의 은행 프로세스나 환경상 큰 의미가 없다. 그나마 은행 내부나 외부에서 IT 전문직제를 도입해 은행 IT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 CIO들은 IT 조직을 혁신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IT 인력의 기술 및 비즈니스 역량 강화 △유지보수 업무의 아웃소싱 △현업 및 전 사적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성과지표(KPI) 적용을 통한 성과문화 정착 등 의견을 제시했다.
하나은행 CIO인 조봉한 부행장보는 “IT 인력을 전문적인 기술로 무장시켜 개발방식을 혁신하고 유지·보수 등은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CIO인 현재명 부행장은 “IT 인력을 기술직과 관리직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CIO인 고일영 부행장은 “현업 친화적인 조직을 만들어 IT의 역할과 중요성을 현업에 이해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CIO들은 IT 조직을 혁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조직 내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 은행 CIO는 “IT 조직의 자산가치가 직원 개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것처럼 IT 조직 내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어려운 점 또한 내부 구성원의 자세”라며 “기존의 조직문화와 관습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IT 조직을 지원조직으로만 판단하는 경영진과 은행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유연하지 못한 노동조합의 사고 등도 IT 조직 혁신의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