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진화의 역사는 대부분의 IT기기가 그렇듯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역사는 3년이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넷북의 역사는 그보다 더 짧다. 지난해 8월에 인텔 브랜드로 출시돼 1년이 채 안 됐다. 그런데도 넷북은 기존 노트북PC 시장까지 위협하며 이를 대체하는 디바이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넷북은 IT 소외계층인 후진국 어린이로부터 시작됐다. 후진국 어린이를 위한 컴퓨터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의 ‘어린이 한 명당 랩톱 한 대씩(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이 그 시초다. 운동의 기원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후진국 어린이들이 ‘구글(google)’이라는 단어를 칠 수 있게 된 것은 2002년부터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고안한 100달러짜리 저가 보급형 컴퓨터 개발 계획이 현재 PC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초기 OLPC는 리눅스 OS를 탑재하고 간단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게임, 인터넷 접속이 기능의 전부였다.
이후 OLPC는 상업화의 길에 접어들게 되고 MS와 인텔 등은 ‘오리가미’라는 이름을 붙인 울트라 모바일 PC(UMPC)를 내놨다. 삼성과 대만의 컴퓨터 부품업체인 아수스 등이 1세대 제조사로 꼽힌다. 당시 빌 게이츠 MS 회장은 초기 모델을 구상할 때 “하루 동안 작동 가능한 태블릿PC”를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터리의 성능 문제로 쉽지 않았다. 이후 지금과 같은 넷북의 모양의 갖춰진 것은 2007년 10월 아수스가 내놓은 7인치 액정과 4Gb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갖춘 ‘Eee PC’를 내놓으면서다. 이 넷북은 출시 3개월 만에 35만대가 팔려나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이후 비아 CPU를 장착한 미니 노트북이 HP 등에서 나오게 되고 현재 넷북과 같은 모습이 점점 갖춰졌다.
이러한 PC의 변화에 자극받은 인텔이 아예 지난해 3월 미니 노트북용 저전력 CPU인 ‘아톰’을 출시하면서 ‘넷북’ 패러다임을 열기 시작했다. 저전력, 저발열 등 미니 노트북을 만들기에 손색이 없던 인텔 아톰 CPU의 성능과 마케팅에 힘입어 소비자에게는 미니 노트북보다는 ‘넷북’이 더욱 친숙한 이름이 된 것. 인텔 측에 따르면 넷북은 아톰 CPU와 7∼10.2인치의 작은 스크린에 인터넷 서핑, 엔터테인먼트 감상, 문서작업 등을 할 수 있는 1㎏ 정도의 휴대성이 뛰어난 디바이스를 지칭한다. 가격대가 50만∼60만원 선인 단순 저가제품이 제품 대부분의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넷북도 고가 바람이 불고 있다. 가격이 높아지는만큼 브랜드별 개성을 살린 제품이 많다. HP가 밸런타인데이 특별 한정판으로 내놓은 액세서리처럼 화려한 ‘비비안 탐 스페셜 에디션’과 울트라 와이드 스크린을 채택해 실감나는 영화 감상을 돕는 벤큐의 ‘U 101’과 소니 ‘바이오 P시리즈’ 등이 그것.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넷북의 진화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며 “무게는 지금보다 더 가벼워져야 하고 배터리 지속시간은 배 이상 늘어나야 파워풀한 모바일 PC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