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는 기업의 비용 증가가 아니라 미래 비전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약 두달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중소기업 550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재무회계와 ERP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회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37.1%, ERP를 도입한 기업이 25.6%로 생산주기관리, CRM, SCM, KMS 등 생산 및 고객, 기업 지식을 관리하는 IT인프라 도입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생산주기관리 도입기업이 10.4%였으며 CRM이 5.8%, SCM이 4.8%, KMS가 4.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IT인프라 관련 조직이 있는 기업도 21.2%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기업당 IT조직 인력도 아웃소싱, 파견 등 상주하는 타사 직원을 포함해도 1.8명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IT인프라에 대한 투자 인식이 아직까지 중소기업 입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산설비를 늘리고 매출 증가가 단기적인 경영 전략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에 IT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IT를 활용한 제조산업의 경쟁력 확대는 이번 연재 기획을 통해 살펴 봤듯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됐다. 비단 제조 기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신뢰도를 확보,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IT인프라 활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산업에 IT를 접목하면 생산성의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력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전체 설비의 효율화를 가져오게 되고 효율적인 경영은 기업 성장과 직결된다.
또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IT인프라 활용을 통해 대기업 고객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급사슬 전체를 꿰뚫는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규모 조직으로 새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소기업의 IT인프라 활용을 비롯해 IT산업을 기존 산업에 접목시켜 정보통신산업을 국가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IT인프라 활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소기업 현황을 진단하고 시의 적절한 정책을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소기업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불황의 그늘이 깊다고 해서 전략적인 투자에 소홀하면 불황이 끝난 후 ‘점프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혁신제품에 대한 R&D와 중소기업의 생존전략으로서의 기존 제품 및 서비스 생산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위기일 수록 중소기업의 생존전략은 IT인프라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