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PC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빅3’ 구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조달청이 최근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PC 구매 비중을 30%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 지와 ‘변방’에 머물렀던 중소기업이 PC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찾을 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대기업 3사가 전체 조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조달청은 지난주 중소 PC제조업체 6곳을 대상으로 바뀐 조달 체계와 함께 공동 애프터 서비스(AS)센터 설립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소 PC업체 대표는 “조달 실적이 있는 6개업체를 대상으로 방침 발표 후 첫 모임이 있었다”며 “PC 신뢰성 문제가 가장 현안으로 등장한 만큼 애프터서비스 등에 대한 개괄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업체는 주연테크·대우루컴즈·성주컴퓨터·늑대와여우컴퓨터·현대컴퓨터 등이다.
중소업체가 공공기관 PC 시장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산업계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먼저 시장을 과점했던 빅3 체제에 금이 갈 전망이다. 공공 조달부문은 대략 전체 PC시장의 20%인 60만∼65만대 수준. 이 중 삼성전자가 45%로 수위를 달리고 삼보컴퓨터와 LG전자가 각각 20%대로 사실상 3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3사는 90%에서 70%로 좁아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판매 대수와 매출 타격은 물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점유율이 컸던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에 비해 영향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삼성은 탄탄한 브랜드와 제품 면에서 우위를 보여 오히려 브랜드 면에서 다소 밀리는 삼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중소 PC업체 가운데서 삼보와 LG전자를 따라 잡을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다. 30% 가운데 절반 정도만 차지하는 업체가 나와도 ‘빅3’에 포함될 수 있다.
조달 PC 점유율이 일반 기업 및 소비자 PC 시장에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사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그만큼 일반 PC 시장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한 대기업 주도의 소비자(B2C) 시장까지는 위협하기 힘들겠지만 기업(B2B) 시장은 얼마든지 뒤바뀔 공산이 크다. 이 또한 올해 주목한 조달 PC 시장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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