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한국산 제품 수출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국제금융시장의 파동 속에서도 미국 달러화를 누르며 꿋꿋하게 강세를 지켜오던 일본 엔화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주일간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약 8%나 급락했다. 지난 2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7.54엔으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엔화약세는 일본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 3.3%를 기록해 3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1974년 석유파동 이후 34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1월 수출도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0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약세는 한국수출기업에게도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일본 기업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일때도 한국기업이 가격경쟁력 효과를 별로 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엔화 약세는 한국기업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본기업은 지난해 엔화 강세 국면을 거치면서 구조조정 등을 단행해 엔화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은 구조조정이 미진한 한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도 원화에 대해서는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약세였던 달러화가 유난히 원화에만 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원화약세는 향후 한국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 자금도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원화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