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자산재평가가 줄을 이으며 관련 기업들의 주식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재평가가 본래의 영업이익 등 기업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란 아니란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 도입을 확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자산재평가를 허용해 연말결산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등 회계기준을 완화했다. 회계기준 완화 취지는 과거 구입한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을 현재가치를 반영한 시가로 재평가함으로써 외환위기에서 손실을 입은 기업의 자산상태를 건전하게 맞추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까지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190개 업체가 자산재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입장에선 재평가된 자산을 기초로 주당자산가치(PBR)를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상증자나 채권발행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추연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2011년 도입될 회계기준을 선반영함으로써 고환율로 주가가 큰 폭 절하된 기업입장에선 재평가된 자산가치를 토대로 주가가 재조명될 수 있고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시에도 늘어난 자산을 토대로 평가받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5일 터보테크는 자산 재평가 공시를 전후로 24%(200원) 가량 상승했고, 한성엘컴텍도 지난 11일 자산 재평가 공시후 이틀간 9% 가량 주가가 올랐다. 파이컴은 지난 12일 공시후 10여일간 단 3일을 제외하곤 상승세를 타며 주가가 18% 가량 상승했다. 이밖에 재영솔루텍도 지난 12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자산재평가주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가치가 절대적으로 바뀐 게 아니어서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어 제대로 된 투자지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키코 등의 가입으로 손실이 크게 늘었거나 영업손실이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파이컴의 경우 외화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한성엘컴텍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난 11월까지 19억원 규모 파생상품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영솔루텍도 자본금의 3배에 달하는 536억원의 세전 순손실을 기록했다. 터보테크도 자산재평가로 장부가액 16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이 76억원으로 늘었지만 부채비율이 135% 달하고 지난 2004년 이후 줄곧 영업이익이 큰폭 마이너스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