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품질의 제품도 제품이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창업초기에 힘들었습니다.”
RF 칩·모듈 전문 회사로, 지금은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에이에스비(www.asb.co.kr) 염병렬 대표의 창업초기 회고담이다.
이 회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임투마켓(Time-to-market) 전략과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제품 개발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12종 300여 개나 되는 소량 다품종 제품은 이 회사가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즈니스에는 다른 왕도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이 발품을 파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출신인 염병렬 사장은 창업 초기 당시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제품은 팔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4∼5년간 수차례 힘든 고비를 겪고서야 그의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반도체 전시회에는 거의 다 나가봤다.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폴, 유럽 등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쫓아갔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돌아온 후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정확하게 분석해 제품을 개발하고, 이후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철저하게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제품 성능 역시 세계 시장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염 사장은 “우리 제품은 세계 굴지의 회사들과 경쟁서도 동등했고, 일부는 오히려 더 우수하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국내 주요 통신사 등 400여 군데가 넘는 곳이 에이에스비의 주요 고객이다. 외국서도 에릭슨, 노키아 등 내로라 하는 기업 제품에 이 회사가 개발한 칩과 모듈이 들어가 있다.
염 사장은 끊임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ETRI 재직 당시 총 87건의 특허를 등록시켜 ‘특허왕’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그는 연구원을 떠난 지금도 창의적인 사고로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주는 것이다. 회사의 재산은 결국 인재인데, 이들이 떠나면 회사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력보다는 성실한 사람을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복지혜택을 더 늘려주겠다는 생각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