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는 경영전략]솔루션(외국계기업)-위기일수록 빛난 고객감동 성공 스토리

 서구 기업은 오랜 산업화 역사를 통해 고객만족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이익 확보에만 중점을 두는 것보다 고객만족에 가치를 둔 후 이익을 확보하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런 노하우가 이론화돼 ‘고객만족경영’이란 개념이 생겨났다. 이 개념은 많은 기업에 확산됐고, 지금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채택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두 회사가 있다. 바로 존슨앤드존슨과 제록스다. 두 기업은 비슷한 시기에 상이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대응했고, 그 결과도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1982년 존슨앤드존슨의 진통제인 ‘타이레놀’ 캡슐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집어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9월 29일부터 10월 1일 사이에 시카고에서만 7명이 사망했다. 회사는 자사의 잘못이 아니지만 고객의 안전을 위해 미국 전 지역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회수비용만 무려 2억5000만달러가 소요됐고,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전문가들은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새 브랜드를 출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회장이던 윌리엄 C 웰던은 “타이레놀은 우리 회사의 대표 브랜드이자 신뢰의 상징”이라며 “상품 포장을 달리하고 이름만 바꾼다고 해도 내용물은 그대로 타이레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는 감동했다. 회사는 독극물 주입이 어려운 타이레놀을 내놨고, 고객들은 회사를 더 신뢰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레놀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은 사건 발생 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반면에 제록스는 고객 대응에 실패해 위험을 자초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60년대부터 제록스는 특허권을 바탕으로 복사기 시장에서 고성장을 구가했다. 당시만 해도 제품만 있으면 영업은 저절로 되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

제록스는 제품생산과 판매에만 신경을 쓰고, 고객의 소리에는 점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됐다. 모든 절차와 행정은 회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했고, 고객은 철저하게 회사 방침을 따라야 할 뿐이었다. 이내 좋지 않은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제록스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특허권을 공개해야 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경쟁사도 출현했다. 경쟁사는 고객에게 맞춰 제품을 디자인하고, 편의성을 높여 제록스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제록스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고,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을 여력도 상실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1980년대 후반에는 부도 위기의 수모까지 당했다. 고객만족과 고객만족을 외면한 기업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 셈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