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한국내 매출 확대에 나섰다.
한국은 휴대폰·TV·셋톱박스 등 최근 약진하고 있는 세트제조사가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시스템반도체의 수요가 일어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다. 시스템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제품군이 다양하고 경기에 둔감해 메모리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실제로 퀄컴·브로드컴·미디어텍 등 주요기업들은 지난해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ARM 등이 삼성·LG를 비롯한 고객사를 등에 업고 ‘코리아 메리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4억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한국에서 올렸으며 올해는 이보다 2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44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한태규 브로드컴코리아 부지사장은 “최근 2년간 한국에서 큰 성장을 보였으며, 제품도 블루투스를 비롯해 셋톱박스·디지털TV 등으로 다양해졌다”며 “신제품인 콤보칩(블루투스+GPS+FM라디오)도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T마이크로는 올해 한국에서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이 98억40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 시장 비중을 전체의 1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공략 분야도 통신·컨슈머·산업·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성근 ST마이크로 지사장은 “기술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불황에서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환율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ST의 경우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ARM 역시 삼성·LG 등 한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올해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면서 한국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CPU 코어 설계 지식재산권(IP)을 라이선싱하는 ARM은 스마트폰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ARM은 지난해 5억46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한국 시장 비중은 전체 시장의 13%를 차지했다.
김영섭 ARM코리아 대표는 “ARM이 최근 4∼5년간 10∼15% 성장세를 보였다”며 “올해도 한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싸이프레스·시냅틱스 등 터치솔루션을 한국에 공급하는 회사들도 터치스크린폰 확대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를 늘려 잡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