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는 경영전략]방송·통신-지금 고객센터에서는

 이달 초 모 통신회사 본사에 60대 초반의 부부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 갑작스레 노 부부를 맞은 직원이 의아해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노 부부는 “TV 광고를 시청하던 중 기존 집전화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다는 문구가 귀에 쏙 들어왔다”며 “인터넷전화를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노 부부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아들이 부산에 살고 있다. 통화를 자주 하고 싶은데 비싼 시외전화 요금으로 부담을 느꼈다. 인터넷전화로 변경하면 전화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하기에 수소문하던 중 인터넷전화 TV 광고를 보고 본사를 찾았다’.

인터넷전화 신청을 끝낸 노 부부는 “전화요금 걱정 없이 아들과 마음놓고 통화할 수 있게 됐다”며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 고객센터에도 이 같은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로 변경하면 KT 전화보다 요금이 얼마나 저렴하냐는 문의에서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지 등등이다.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다.

고객센터 직원 업무도 늘어났다. 서비스 가입과 해지, 불만 사항 접수는 물론이고 ‘알뜰족’의 상담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족의 형태도 다양하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는 가 하면 왜 진작에 알려주지 않았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추가 사은품을 내놓으라거나 무조건 깎아달라는 ‘막무가내’형 고객도 있다.

계량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이론적’ 고객도 가끔 나타난다. 이용한 시간에 비해 요금이 과도하게 부과됐다며 증거 자료를 확인, 요금이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와의 통화 요금을 고객에게 부과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는 ‘논리적(?)’ 고객도 등장한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도록 한 책임이 회사에 있는만큼 해당 요금은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 통신비를 깎으려는 게 아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지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다. 고객센터 상담원이 힘들고 지친 보통 사람의 카운슬러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