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 영향 `키코 후폭풍` 비상

 지난달에 시작된 환율 1500원선 행진이 이달까지 이어지면서 키코피해 업체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여기에 상장실질심사제에 따른 주식시장 퇴출 가능성도 있어 키코피해업체로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키코 등 환헤지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공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27개사, 코스닥기업 24로 모두 51개 기업에 달한다. 이달말까지 지난해 기업실적을 발표할 기업을 감안한다면 배이상 초과할 전망이다.

 환율은 지난달 10월 리먼 사태 이후 11월 1513.0원까지 치솟았지만 위기설이 진화되며 지난해말 1200원대로 들어서며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3월 위기설 등이 불거지며 지난달 24일 1500원선 재돌파 후 내려올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다.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은 일반적으로 매달 관련 상품에 대한 결제를 하기 때문에 최근 환율의 고공행진에 매달 결제해야할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분기 실적이 반영되는 3월말이면 경기침체에 따른 부진한 실적에 파생상품 손실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장비 업체인 씨모텍의 경우 지난해 까지 91억원의 거래손실이 있었지만 1월 환율 1358.50원을 기준으로 할 때 204억원으로 손실규모가 커지고 2월 1500원대에 육박하는 손실을 반영할 경우 그 피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LCD 소재 업체인 상보도 지난해 매출 746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거뒀지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47억원에 달했다. 최근 환율 상승을 감안하면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주권거래가 정지된 기업도 눈에 띈다.

 코스닥 상장 PCB 업체인 심텍은 지난해 145억원의 손실을 입은데다 2010년까지 결제할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규모가 202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자본잠식 우려로 지난달 25일 거래가 정지됐다. 다행히도 심텍의 실적 발표에는 미래의 피해 규모까지 반영돼 있고 이달 내 코스닥상장위원회의의 상장 심의를 통해 이의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져 퇴출까지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회사 전원배 부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영업이익이 355억원에 달해 키코의 직접적인 손실 145억원을 감안해도 실제 110억원 가량 이익이 났고 기간이 지나면 평가 손실이 사라지는 점을 감안할 때 상장 폐지가 될 확률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달 말께 엠텍비젼, 상보 등 키코 피해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있을 예정이어서 향후 피해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