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300억달러를 정보기술(IT) 분야 뉴딜에 쏟아붓고 일본도 이달 IT분야에 3조엔(48조원) 규모를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추진 중인 1조원가량의 초라한 ‘디지털 뉴딜’ 예산마저 대폭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리나라만 역주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디지털 뉴딜은 특히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지경부·행안부·방통위뿐 아니라 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으로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예산 당국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예산절감 논리에만 사로잡혀 당면한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상 과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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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계부처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재정부는 지식경제부가 추가경정예산 반영을 요청한 ‘IT·SW뉴딜’ 예산 47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삭감해 2000억원대로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가 요청한 1200억원대 국가정보화 추경예산도 400억원가량의 공공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제외하고는 재정부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을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보화 관계부처가 추경예산 반영을 요청한 1조2000억원대 ‘디지털 뉴딜’ 예산이 5000억∼6000억원대로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조∼30조원으로 예상되는 추경예산의 3%도 안 되는 수치인데다 50조원 규모의 녹색뉴딜의 1%에 불과해 ‘뉴딜’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게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고 아직 협의 중이어서 정확한 예산 규모를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도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 가운데는 중복되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 많다”며 대규모 삭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SW업체 한 사장은 “5000억원 안팍의 예산이면 올해 7% 삭감된 정보화 예산을 겨우 복원하는 수준에 불과해 경기부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IT SOC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지경부·방통위 등의 당초 약속도 재정부와 불협화음으로 공수표로 전락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김성조 한국정보통신학술단체협의회장(중앙대 교수)은 “당면한 경제 위기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인만큼 재정부도 예산절감 논리나 사업 타당성 조사에 매몰되는 것보다 범정부 차원의 경기부양 논리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마인드 전환이 시급하다”며 “사업 중복 문제는 IT분야 정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미흡해 발생하는만큼 향후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의료현장의 IT 환경 강화 △IT 인재 양성 △전자행정의 추진 △환경대응형 신산업 창출 등 4개 IT분야에 총 3조엔을 투자, 40만∼5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장지영·문보경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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