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침체에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전자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이 넘는 드럼세탁기는 전시하기가 무섭게 구매하고 있으며 400만원을 호가하는 에어컨의 예약판매는 지난달에 벌써 20% 이상을 넘어섰다.
이는 제조사들이 불황기에 프리미엄 마케팅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선보인 2009년형 지펠 가구 스타일 냉장고는 출시 한 달 만에 5000대 이상 팔렸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평균 2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급 신제품이 이처럼 큰 호응을 얻자 업체조차 예상밖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냉장고 판매가 불황 속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늘었고 전체 판매 가운데 프리미엄급 비중도 15% 가까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하우젠 버블 세탁기 역시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임에도 출시 15일만에 1만5000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최단시간 최다판매 세탁기’ 기록을 세웠다. 거품세탁 방식을 통해 물과 전기 사용량, 세탁시간을 각각 32%, 22%, 50% 가량 줄인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LG전자 역시 40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급 에어컨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에어컨 예약판매 접수 결과, 400만원대 이상의 럭셔리급 이상 모델의 판매 비중이 2월 말 현재 20%에 이른 상태다. 지난해 예약판매 당시 2월 말 기준 럭셔리급 이상 비중이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명품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혁신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감성과 편의성을 만족시킨 전자제품은 가격과 경기에 상관없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