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도시들의 반란(?).’
대도시 중심의 개발전략으로 소외돼 온 인구 30만∼50만명의 중소형 도시들이 IT·바이오·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인구 10만명 미만의 농촌형 시·군까지도 광역시·도와 유사한 조직을 갖추고 정체와 쇠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러한 중소형 도시의 움직임은 광역경제권 개발시대에 더 이상 불모지로 남지 않고 활로를 독자 모색하겠다는 일종의 도전으로 풀이된다. 중소형 도시의 가세로 전국 지자체의 유망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 쟁탈전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화산업 육성으로 승부=중소도시들은 우선 특화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전개한다. 그중 인구 31만명의 경기도 파주시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면적의 9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파주시는 산업단지 개발의 약점을 극복하고 전국 최대의 LCD특화산업단지 조성에 성공했다. 이곳은 LG필립스LCD와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포함해 향후 27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과 4만2000개의 일자리 창출, 약 10만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그늘에 감춰져 있던 인구 24만명의 경남 양산시는 최근 의료산업을 특화전략산업으로 추켜들었다. 부산대 양산캠퍼스·의학전문대학원·치의학전문대학원·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메디컬폴리스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의료산업 육성에는 전남 화순군도 뛰어들었다. 인구가 고작 7만명 남짓한 화순군은 바이오와 메디컬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기치로 투자 및 기업, 연구소 유치를 위해 공무원들이 전국과 해외를 누비고 있다. 강원도 중부 내륙에 있는 인구 30만명의 원주시도 첨단 의료기기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업집적화에 힘쓰고 있다.
경남도청 소재지 창원에 밀려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마산시는 로봇랜드 유치를 계기로 로봇산업을 특화해 최첨단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전남 장성군은 나노와 전자산업을 특화해 최근 3년간 100여개의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산업단지도 직접 개발=전남 광양시는 오는 2011년까지 전남지역 첫 민자산단인 광양신금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최근 지역건설업체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으며 향후 기계장비, 금속제조업 등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인구 14만명의 충북 청원군은 옥산면 호죽리 일대 123만3000㎡에 총 1945억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투입해 산업단지로 개발해 IT와 신소재, 메카트로닉스, 환경·에너지 업종의 기업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또 인구 6만명의 초미니 지자체인 충북 진천군도 민간 건설업체와 공동으로 도안면 노암리 일대 73만5000㎡에 총 13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1년까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곳에 태양광 관련 기업 등을 유치해 ‘아시아 솔라밸리’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전국 최대의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산업기지인 구미는 산동면 봉산 임천리 일대에 추가로 624만㎡ 규모의 구미디지털산업지구를 조성, IT·모바일·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및 연구소를 유치할 계획이다. 포항시도 영일만항 배후 1산업단지 내 33만㎡를 외국인 부품소재 전용단지로 조성해 일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유망 특화산업 육성과 기업유치에 시·군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며 “대도시 중심의 개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중소형 도시들의 노력과 행보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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