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과점vs산업 고도화](https://img.etnews.com/photonews/0903/090303064211_563107560_b.jpg)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디어법’ 쟁접법안 처리가 100일 이후로 미뤄졌다. 대립중인 법안은 △신문법 △방송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크게 4가지다. 이들 법안은 3월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별도 논의기구를 설치, 100일간 여론수렴 등을 거쳐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키로 합의된 상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대립각은 여전해 앞으로도 논리전, 여론전이 예상되고 있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주요 쟁점의 내용과 해법을 심층 진단해 본다.
앞으로 100일간 논의의 최대 쟁점은 방송소유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방송법·신문법 개정이 과연 미디어 산업 선진화의 계기가 되느냐, 아니면 단순히 여론 독점·방송의 상업화만을 유발하느냐로 집중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 대기업, 외국자본 등의 방송시장 진출 규제를 대폭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지상파방송사·종합편성 방송채널사업자(PP), 보도 PP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었던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등 전반적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방송업계의 구조 변화를 유도하자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이나 정부는 이런 규제의 완화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일자리 창출과 미디어산업의 고도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미디어 그룹의 탄생 등의 긍정적 효과를 이끌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방송산업이 오랜 기간 기존의 틀에 묶이면서 별다른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만큼 일정의 충격을 가해 미디어 산업의 고도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과 진보진영 등에서는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확대될 경우 공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며 방송의 상업화, 몇개 대기업의 여론 독점이 우려된다며 맞서고 있다. 보수 신문의 방송시장 진출도 여론 다양화에 역행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경쟁체제에 있는 통신산업이 비약적 발전을 한 것과 달리 방송업계는 오랜기간 장비 국산화,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 등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지금 이대로 두면 방송산업은 자체 수익도 내지 못하는 사업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방송업계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산업계 일각에서도 “방송계의 오랜 독과점과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얘기는 금기시 돼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산업 경쟁력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와 민주당은 방송에 대한 소유지분 완화가 일자리 창출, 미디어 산업 고도화를 이끌 수단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송·미디어산업 선진화를 신문·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과 같은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디어산업 고도화 필요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방송이 민영과 공영, 유료·무료방송에 대한 선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규제 완화만을 주장하면서 산업 논리인지, 언론 독점을 위한 꼼수인지 등 논쟁을 양산했다는 지적 또한 적지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미디어 산업 발전을 전제하고, 관련 해법을 같이 찾아갔어야 하는 데 먼저 신문·대기업의 방송진출을 들고 나오면서 절차가 뒤바뀌고,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측면이 있다”며 “100일이 짧은 기간이지만 기존 쟁점사항 이외에 국가 미디어·방송의 산업화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미디어법에 찬성한다는 것을 전제한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미디어산업에 새로운 자본도 넣고 광고시장 파이도 키우면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다만, 사업자 특성에 맞는 적용기준을 제시하고 신규 종편PP 등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해 여야가 미리 사후규제 등을 확약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