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심상치 않다. 올초 한국 주식을 사들이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증시 수급차원에서 외국인의 투자 패턴보다 유동성의 힘을 주시해야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에도 지난해 11월 이후 하루 매도 규모로는 최대인 4160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2월 10일 이후 15일간 2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하루 평균 1600억원을 처분한 셈이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유입된 유럽계 자금과 헤지펀드가 동유럽 지역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외국인 이탈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지수가 오전 한때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세계 금융과 경기 불안이 진정돼야 멈출 수 있는 만큼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재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문제로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하는 한 외국인 매도와 환율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선물 누적매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매물이 거의 소진된 데다 달러 기준 코스피지수가 낮아져 오는 12일 외국인 선물옵션 만기일을 기점으로 추세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외국인 누적매도가 3만 계약을 넘어서며 터닝포인트가 됐는데 최근 누적매도가 4만3000계약에 달했기 때문에 내주 외국인 옵션만기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달러 환산 기준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전저점에 근접하고 있어 추가 하락시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단기적으로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에 넘쳐자는 MMF 자금이 3월 중순을 기점으로 주식, 부동산, 상품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U자형 반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11월 결산법인인 시티그룹 등 은행주가 지난해 4분기 부실을 모두 털어내 3월 중순이후 발표할 1분기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선 자산운용사들의 결산기인 3월을 기점으로 들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