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다.”
J J 에이브람스 감독은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Star Trek:The Beginning)’의 연출 소감을 이렇게 평했다.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작품이 없다”고 말이다.
에이브람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비기닝(beginning)’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들이 성립된다”며 “동시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타트렉’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표적인 미국 드라마(일명 미드) 시리즈다. 지난 1966년 진 로덴베리는 6년간의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비행선을 타고 우주 모험을 떠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낮은 시청률로 단 3시즌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가상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모험은 트레키(Trekie)라 불리는 마니아층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래서 지난 1987년 ‘스타트렉: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1994년부터 7시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다른 어떤 시리즈보다 호평받았고 ‘딥 스페이스 나인(1993∼1999)’ 등 많은 스핀 오프(spin-off) 시리즈를 낳으며 10년 이상을 장수하게 된다.
좋은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특히 그 감독이 명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로스트’ ‘미션 임파서블 3’를 만들었던 J J 에이브람스 감독이 스타트렉 영화판의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로스트에서 보여줬던 그의 긍정적 미래관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 배우 김윤진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 그러나 인터뷰 내내 에이브람스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쏟아부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미래의 스타트렉’ 팬을 위한 작품이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에이브람스는 “이런 인기 드라마가 영화화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영화에 쓰인 다양한 액션 장면이 지금에야 구현 가능해졌다는 게 크다”며 “이런 관점에서 미래 영화가 실제 기술 발전에 주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SF영화가 실제로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연출하기에 앞서 이전 작품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원작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이전 스타트렉의 세계관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며 “특히 더 비기닝은 현재 사람들이 아니라 미래 스타트렉의 팬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화에는 ‘현재에서 바라는 미래’가 아닌 ‘정말 미래를 그린 듯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아직 자세한 스토리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프닝 클립 등으로 소개된 장면만 봐도 그러하다. 영웅 네로로 변신한 에릭 바나가 가장 눈에 띈다. 대머리에, 얼굴에는 문신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에이브람스는 “미래에는 대머리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 장면으로부터 수년 후 커크 함장이 탄생하는 만큼 그냥 만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화 스타트렉이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미래 ‘SF영화의 전형’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에이브람스의 이전 작품을 아는 사람들은 더 비기닝을 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일단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우주 드릴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은 공개 클립만으로도 흥분을 자아낸다. 그는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미래 영화에 쓰일 법한 다양한 효과를 삽입하기 노력했다”며 “특히 영화를 통해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쾌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브람스의 미래관은 오는 5월 4일 세상에 공개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