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전략과 CIO 역할의 `상관관계`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기업의 제반 경영정책도 오로지 생존에만 맞춰져 있다. 적어도 1년 반은 이러할 전망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보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스스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후 필요한 대처를 하듯이, 기업도 현재 어떤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재 상태로 환경변화 흐름에 순응할 수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 이런 점은 경영학의 거두, 피터 드러커가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잘못된 일을 해서’ 또는 ‘해야 될 일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환경의 근원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라고.

 둘째, 경쟁기업에 비해 효율성에서 앞서야 한다. 최대한 군살을 빼고 경쟁기업에 비해 더욱 저렴하게 제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셋째, 치열한 시장경쟁에 살아남고 지속적인 발전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조직 변환(트랜스폼)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제품·시장·고객을 뛰어넘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서 IT와 정보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우선 외부 환경과 기업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고 가공해 의사결정자에게 적시에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나아가서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날씬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IT 활용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기업변환의 주요 핵심수단도 정보기술이 된다. 예를 들면, 나이키와 애플이 합작해 만든 나이키+ 아이팟이 좋은 예다. 나이키 전용 운동화에 센서를 달면 걷거나 달리는 속도·시간·거리 등에 관한 정보가 아이팟에 나타나고 이를 통해 운동 트레이너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또 전용 사이트에서 누적된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게도 해준다. 이와 같이 정보기술이 다른 제품, 기술, 미디어 등과 융합(컨버전스)해 이제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생존 노력의 한가운데 정보기술이 자리 매김하고 있다. 정보를 처리·가공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며 아울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정보기술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CIO의 역할도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 회사가 긴축 상황에 들어가면 이보다 몇 배나 더한 긴축 상황에 빠져드는 CIO를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IT와 CIO 조직이 ‘cost center’ 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 버리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는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CIO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여기에도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자기의 군살을 먼저 도려내는 솔선수범이 우선돼야 한다. IT 자원의 운용과 관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부문에도 새로운 역발상이 필요하다. 최근에 이런 접근과 기술이 우리 주위에 바짝 다가서 있다. 가상화,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좋은 예다. 위기인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밀어붙이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경영자와 현업에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기업의 생존 노력 가운데 CIO 혼자 할 수 있는 노력이란 별로 없다. 대부분이 현업과 함께 하거나 그들이 하게끔 뒤에서 밀어주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다. 어느 국내 글로벌 기업 CIO에 따르면 성공한 CIO 판단 기준은 현업 부서가 자신들의 문제를 갖고 함께 풀어보자며 CIO 방문을 두드리는지 아닌지로 판가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용절감과 성장을 위한 혁신 가운데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때라고 전자만 골똘하게 생각하고 후자는 무시해버리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의 결과는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금방 알 수 있다. 다른 전략을 택한 경쟁기업과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차이가 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겪었던 IMF 위기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 IMF 위기 직전에는 그 차이가 얼마 안 돼 보였던 두 기업이 위기 이후에는 놀라운 성장과 속수무책의 퇴출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보지 않았던가.

 온 기업이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 덜 쓰는 게 최선이라며 조용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어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생존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때다. 위기라는 기회를 낭비한다면 더 끔찍한 내일이 다가올 뿐이다. 위기 진압을 위한 최전방 소방수로 나서는 CIO를 기대해본다.

김성근 중앙대학교 교수(한국CIO포럼 대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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