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형 경기회복도 어렵다"

"U자형 경기회복도 어렵다"

  세계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회복시점도 더 늦춰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V자형 경제 회복은 물건너갔고 U자형또는 불황이 장기화하는 L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으로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기획재정부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상반기에 바닥을 확인한 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감과 달리 동유럽 국가의 부도사태와 미국 경제상황 악재 장기화 등으로 인해 경기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회복시점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정부도 경기침체 장기화를 우려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동유럽 국가의 부도가능성, 미국 은행 부실과 국유화 가능성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세계경제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따라 국내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연구기관에서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환란 당시의 수준으로 추락, 전년동기 대비 -5∼-8% 정도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환란 당시 1998년의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1분기 -5.3%, 2분기 -7.9%, 3분기 -8.1%, , 4분기 -6.0% 등이었다. 지난해 4분기는 -3.4%로 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애초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4%에 이를 것으로 봤으나 -2∼-4% 정도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로는 -7∼-8%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일(현지시각) 올해 세계경제는 중대한 침체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오는 4월에 하향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 1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한 바 있다. 칸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0.5%와 0% 사이에 여유가 많이 있지 않다. 그래서 전망치가 ‘제로(0)’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위험은 방심할 수 없는 위험”이라며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잠재적인 위험이 있음을 내비쳤다.

경기 회복시점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하반기부터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날 수 있으나 미국경제의 불안감 확산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는 언제부터 시작될지 알 수 없고 불확실하다고 경제 및 금융연구기관의 설명이다. 따라서 세계 실물경제의 하강이 본격화되고 수출부진이 내수경기에 영향을 주면서 하강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