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바이오칩·센서는 우리 몸에 침범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감지, 다양한 신호로 그들의 정체를 알려주는 장치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복잡한 화학반응이 칩을 통해 나타나면 이 스마트 바이오칩·센서가 병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환자가 암에 걸렸다면 화학요법이 좋은지, 물리요법이 좋은지 또는 어떤 약이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도 시험해 볼 수 있어 개인의 유전자나 체질에 맞는 맞춤 치료가 가능해 진다.
스마트 바이오칩· 센서가 유비쿼터스 기술과 접목될 경우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 이동단말이나 러닝머신,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자동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담당 의사한테 정보를 보내고, 의사와 떨어져 있어도 원격진료 및 치료가 가능해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융합연구본부(본부장 정봉현)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톱 브랜드 프로젝트로 이 같은 스마트 바이오칩·센서 연구를 4년째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미 휴대폰을 이용해 간기능을 진단하는 기술은 선보였다. 혈액 속의 GOT, GPT 수치를 전기화학적으로 측정하는 센서를 휴대폰으로 연결해 측정할 수 있다. 이 측정치는 곧바로 병원으로 전송된다. 최근에는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고감도 나노바이오센서를 개발해 특허 등록하고, 이 센서를 이용해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휴대폰 또는 PDA로 진단하는 상용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05년엔 질병진단, 신약개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차세대 단백질칩 분석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단백질칩은 수백∼수천 개의 단백질을 1㎠ 정도의 작은 고체 기판 위에 고정해 단백질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바이오기술(BT), 정보통신기술(IT), 나노기술(NT)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은 단백질에 형광물질 등을 붙여 분석해 온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칩 위에 직접 빛을 쬐어 칩 표면의 표면 플라스몬 공명이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신약개발 및 질병 진단 분야에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지난해 ‘로테잉 미러 테크놀러지(RTM)’라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하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단백질칩 분석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질병진단,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환경 모니터링, 유해 식품 검사, 군사용 등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하다.
생명연은 현재 초소형 바이오칩 분석시스템의 기술이전을 국내 관련 기업과 협의 중이다. 신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국내의 중견 IT 기업과는 대덕 특구 내에 연구소 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봉현 본부장은 “단백질칩 시장 규모는 향후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국내 IT 분야 대기업들의 바이오 분야 진입 모델이 생명연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