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들이 재정투입 확대를 위해 대규모 국채발행 경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해외자금 차입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538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올해 2조달러어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해 1230억유로의 재정적자를 낸 유로지역도 국채 발행 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국채 발행 총액은 올해 약 4조달러대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글로벌 국채 발행 경쟁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국채를 찍어 달러 등 기축통화를 끌어모으기 시작하면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위축시켜 달러 부족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는 데다 △장기금리를 급등시켜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고 △국가 간 국채수익률 차별화로 자금의 쏠림현상이 한층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투자규모는 2007년 3148억달러에서 2008년 962억 달러로 급격히 줄어든데 이어 올해에는 64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의 상업은행들에 대한 신용공여는 더욱 위축돼 2007년 1557억달러, 2008년 298억 달러에서 올해는 오히려 253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역의존도와 대외개방도가 높다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무역금융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 △달러 부족 등에 따른 환율 불안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주 외국인의 국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대책은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윤경 상황정보실 차장은 “아직까지는 국채발행경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신용공여 축소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