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금융부채가 늘어나면서 소비 위축이 심각한 수준에 달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통계’를 분석하여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가 2005년 이후 2008년 3분기까지 연평균 1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출 이자율도 2005∼2006년 중 평균 5.65%에서 2007∼2008년 중 6.80%로 상승해 이자상환 부담 증가율이 2005∼2006년 중 평균 14.3%에서 2007∼2008년 중 26.3%로 크게 확대되면서 가계 소비를 축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8년 3분기 현재 46.5%로 전년(43.3%)보다 큰 폭 상승했으며 이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8년 3분기 중 149%로 신용카드 부실 사태가 심각했던 2003년(129%) 이후 최근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해 가계부채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소비 등 실물경제에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상의는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에 대한 소득, 가계부채, 이자상환부담 비율과 이자율의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부채가 누적되면서 늘어난 이자상환부담비율(debt service ratio)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금융 자산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 이자상환 등 비소비 지출이 확대되면 일시적인 소득 변동에도 소비 지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저소득 계층에 심각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의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2008)’를 분석한 결과 2008년 현재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인 1분위 계층 중에 가계부채가 연 소득대비 5배를 상회하는 고위험 가구가 40.2%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이 계층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상의는 주문했다. 전체적으로도 가계부채가 고위험인 가구가 11.2%에 달해 가계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상의는 가계부채의 증가가 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득 계층별, 가계재무 구조별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저소득층은 실업대책과 금융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 확대, 중간소득층은 적용금리 인하 등 원리금 상환부담을 경감하고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여 자산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소득층은 소비심리의 회복과 함께 내년으로 유예되었던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시행,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유인책 확대를 검토해야하고 지적했다.
상의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가계가 자산가치 감소와 부채 증가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부실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도록 세분화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