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7-1부) 우리에게도 길이 있다 ⑥ UI를 장악하라

[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7-1부) 우리에게도 길이 있다 ⑥ UI를 장악하라

 “영화 속 주인공이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손을 뻗는다. 말로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보여주고자 한다. 손이 닿는 곳에는 투명 스크린이 펼쳐지고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다양한 사진이 보인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 듯 주인공은 몇 개의 창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자신의 전략이 타당함을 강조한다.”

 공상과학 영화에는 허공 속 스크린이 자주 등장한다. 이 스크린은 손 움직임에 의해 자유자재로 이동하기도 한다. 정보를 찾고 싶다면 PC가 있는 곳, 혹은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굳이 갈 필요 없이 즉석에서 스크린을 만들어낸다. 이 얼마나 편리한 방법인가. 원하는 정보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얻는 방법. 이것이 바로 유저인터페이스(UI)가 지향하는 바다.

 UI에 따라 사용자는 편리하게 기기와 정보를 사용하기도 하며, 때로는 유용한 제품마저 불편한 UI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IT가 궁극에는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IT의 핵심은 UI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과 닌텐도의 성공이 이를 증명했다. 혁신적인 UI는 미래를 설명하는 단편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미 UI 혁명은 IT와 비즈니스의 혁명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됐다. 애플은 UI로 휴대폰 시장의 강자가 됐으며, 닌텐도 또한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UI 혁신을 통해 잡았다.

 ‘UI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장악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UI의 변화와 발전은 터치스크린과 자이로 센서 등 하드웨어의 발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하드웨어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만드는지는 바로 SW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UI를 장악하는 자가 IT를 장악한다=사용자가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UI다.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서 기기의 기능을 사용할 때 또는 데이터를 입력할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UI다.

 간편하고 재미있게 사용하도록 만들었다면, 그리고 이 기술이 기기 작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가볍게 프로그래밍됐다면 잘 만들어진 UI다. 기존 단말기는 계산 자체의 효율이나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됐지만, 이제는 사람과 컴퓨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다.

 UI를 잘 만들면 일부 전문가만의 기기를 대중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일례로 OS만 해도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도스 방식에서 아이콘과 메뉴를 선택하는 윈도로 발전하자 PC는 유치원생도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됐다.

 애플과 닌텐도의 예는 말할 것도 없다. UI가 어떻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지는 애플의 아이폰이 여실히 보여준다. 애플은 사진을 보고 일정을 기록하는 등의 기능을 작동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는 휴대폰 아이폰을 만들었다.

 출시일이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출시 장벽이 되는 제도를 없애달라고 정부에 하소연하는 마니아를 양산한 비결은 UI의 혁신이었다. 디자인과 아이디어도 중요했지만, 이를 휴대폰이라는 작은 기기에서 처리될 수 있게 만든 SW 기술이 애플만의 노하우였다.

 닌텐도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 집중하면서 PC와 동등한 성능의 게임기를 개발하는 동안 UI 혁신을 통해 게임기 시장을 석권한 사례다. 닌텐도 DS나 위는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는 비주얼은 다소 떨어지지만, 사람을 보다 재밌게 만드는 게임방식으로 고객을 되찾았다.

 하드웨어 성능이 다소 떨어지다 보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UI라는 화두를 이용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었다.

 의료와 제조 산업의 변화도 UI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성이 생명인 의료 분야에서 UI 개선은 의사로 하여금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SW 기업이 의료차트시스템에서부터 의료진단시스템까지 직관적이고 풍부한 UI를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한국MS는 의료 솔루션의 UI를 개선하기 위해 실버라이트와 의료 솔루션을 결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UI 개발에 R&D 집중 투자해야=휴대폰 시장 글로벌 톱3를 선언한 LG전자는 이를 확고히 하는 방안으로 UI를 주목했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참석한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올해 휴대폰의 핵심 트렌드는 UI”라며 “소비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 혁신을 거쳐 LG 휴대폰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는 집중적으로 육성할 대표적인 UI 기술을 ‘S클래스’로 명명했다. ‘S클래스’는 △가장 쉽고 △가장 빠르고 △가장 재미있는 세 가지 컨셉트의 3D UI로 R&D인력 100여명이 1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이다.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도 능숙하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와 고화소카메라 등을 이용해 재미있게 휴대폰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IT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반드시 투자돼야 할 부문이 UI다. UI를 확보하면 뒤따라오는 부가가치도 엄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바일이나 TV와 같은 기기의 혁신을 가져오는 임베디드 UI SW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혁신시키는 UI 툴 자체도 SW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UI 전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UI 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영현 투비소프트 상무는 “휴대폰이나 게임기뿐 아니라 전체 IT가 UI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될 만큼 중요한 분야”라며 “R&D 연구 과제도 상당부문은 UI기술을 개발하는 과제가 앞으로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이를 절감하고 UI 연구소를 설립한 곳이 많다. 포항공대, 고려대학교 등은 UI 연구소를 운영하고 차세대 UI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의 UI 기대주들=국내 SW기업들은 해외보다 앞서 고객들이 새로운 UI를 비즈니스에 접목해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툴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투비소프트, 아이비리더스, 토마토시스템 등은 UI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개발 툴을 개발해 사업화했다.

 이들의 UI 툴은 기업들이 웹을 기반으로 업무를 할 때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툴이다. UI가 좋으면 휴대폰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듯 비즈니스도 UI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웹 기반 비즈니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는 평가다. 아이비리더스는 포스데이타를 비롯한 300여 고객에 UI 개발 툴을 공급했으며, 투비소프트와 토마토시스템은 일본 시장까지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기업들도 이 분야를 공략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먼저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비즈니스든 IT 단말이든 UI가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때 세계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