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후진국 오명 벗는다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 사업이 지난 4일 글로벌 서버업체 5개사가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막을 올렸다. 말 많던 기상예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상청 슈퍼컴은 올 연말 가동된다. KISTI도 곧 슈퍼컴 4호기 2차 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간다. 2차 구축이 마무리되는 연말이면 우리나라도 세계 20위권 슈퍼컴을 보유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면서도 유독 슈퍼컴만큼은 하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가 ‘슈퍼컴 후진국’ 멍에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우리나라는 슈퍼컴 보유국 31개국 가운데 꼴찌다. 아시아권에서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에도 뒤진다. 게다가 지난 2003년 6위 이후 5년째 내리막길이다.

 HW뿐 아니라 법·제도 등 SW 차원의 인프라도 제자리걸음이다. 슈퍼컴 전문가들의 숙원사업인 슈퍼컴 육성법 입법화는 각종 정치 사안과 외형 위주의 정보화사업에 밀려 수년째 ‘초안 작성’ 단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기상청 프로젝트를 계기로 슈퍼컴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활용 효과를 높이는 소프트웨어적 발전 방안을 마련해 슈퍼컴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답보상태인 슈퍼컴 육성법 입법 작업을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필수적이다. 초안 작성을 진행 중인 KISTI가 9월 정기국회 입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김영선 의원 등 일부 의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슈퍼컴 ‘규모’만 중시했을 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구체화하는 논의는 부족했다. 가령 기상청이 수백억원짜리 슈퍼컴을 보유하고도 예보 문제로 질타를 받은 것도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슈퍼컴을 예보에 활용한 것은 이제 10년째인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지난 1957년부터 40여년간 슈퍼컴을 활용해왔다. 같은 슈퍼컴을 보유했더라도 노하우와 효용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중권 KISTI 선임연구본부장은 “국내기업이 보유한 소형 슈퍼컴은 활용률이 20∼3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효용성을 극대화해 국가와 산업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