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이 지주사의 IT 전략 기획 및 심의 기능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투자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그룹 차원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조봉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은 “IT 부문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비용절감 정도도 결정된다”며 “지주사 중심의 IT거버넌스 체제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번 더 고민하고=하나금융그룹은 정보전략협의회, IT아키텍처협의회, IT투자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계열사의 IT투자를 관리한다. 이 가운데 IT투자심의의원회는 은행은 5억원, 다른 계열사는 2억원이 넘는 IT투자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계열사의 자체 검토 이후 또 한번의 투자 심의가 이뤄지는 셈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지주사 내에 전산전략협의회를 운영중이다. 계열사 중 은행은 50억 이상 투자의 의사결정이 전산전략협의회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더 깊게 생각하고=KB금융그룹도 지난해 말 지주사 내에 IT전략위원회를 구성했다. 김흥운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IT전략위원회는 단순히 투자규모가 아니라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다. IT전략위원회는 사전 협의를 통해 투자 여부 자체를 결정짓기보다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KB금융지주 김상성 IT기획부장은 “IT전략위원회는 연간 및 분기 사업계획 수립시 투자 목적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IT투자 전반에 걸친 심의 기능을 프로세스화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힘을 모으고=금융지주사의 IT 기획 및 관리 기능은 단순히 돈이 나갈 구멍을 막는 차원이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은 각 계열사 CIO의 전결 사항을 넘어서는 대규모 IT투자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IT사업에 대해서는 지주사와 계열사간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은행·생명보험·증권 등의 계열사가 서비스 포털을 공동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금융그룹도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해 우리·광주·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그룹 계열사가 함께 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시스템 구축사업자 선정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 업무중복을 막고 효율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