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닦아 놓고, 버스만 다니게 하는 꼴.’ 광대역망을 통신용으로만 활용하는 상황에 대한 비효율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말이 매우 거창하게 들리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왕에 깔아 놓은 망과 이왕에 발전시켜 나갈 망을 통신뿐 아니라 방송용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것이 기본 배경이다.
방송·통신 융합도 2000년 들어 전 세계에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한 흐름이다. 융·복합은 이제 현재를 사는 지구촌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는 산업 흐름의 하나며,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지 오래다. 휴대폰 속에 TV·PC·카메라·녹음기·전자수첩 등이 다 들어갔고, TV로 대화를 주고받으면 쇼핑·교육서비스 등까지 모두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CDMA 통신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0여년,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에서 IT코리아의 명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IT코리아 브랜드는 IT상품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수출상품에 프리미엄이 되고 있을 정도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세계 정상의 IT 강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선도적 위치를 놓치면 안 된다”며 “뉴미디어 시대를 겨냥, 방송·통신 융합, 디지털 컨버전스에 주목해 변혁을 추구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유야 어찌됐던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IT인프라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수백㎞의 초고속 열차를 굴릴 수 있는 인프라에서 아직도 마차를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 비해 낙후된 IT인프라를 가진 유럽과 홍콩이 방송·통신 융합의 규제장벽을 풀면서 방송·통신서비스 강국을 향해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앞선 인프라를 갖고도 통신과 방송의 추진체계 분리로 허송세월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바로 ‘IT인프라 강국’에서 ‘진정한 IT강국’으로 뛰어오르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적 한계에 대한 고찰이 배경이 됐다. 선진 세계 각국은 방송·통신 융합에서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우리는 법적·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방통위의 출범은 방송과 통신의 벽을 허무는 방송·통신 융합을 통해 망의 고도화와 함께, 서비스의 고도화도 실현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지난 1년간 방송·통신 융합은 네 가지 측면에서 진행돼왔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 융합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케이블TV의 융합 △휴대폰·TV·PC의 융합 △ 방송망과 통신망의 융합이 그것이다.
IPTV, 와이브로 등이 바로 융합의 산물이다. 포털도 사실상 통신과 방송의 영역에 발을 들이민 지 오래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금 세계 방송·통신 시장은 최첨단 기술 및 표준화 경쟁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방통위는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해 양질의 서비스 도입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특히 “최근 경기침체로 통신시장의 상황이 매우 안 좋지만, 이럴 때 공격 경영을 통해 먼저 기술기반을 확립하면 경기가 풀렸을 때 더 많은 과실을 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 융합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산업을, 서비스와 제조업의 균형이 잡힌 모습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하드웨어·장비·반도체 등 IT제조업은 세계 경기동향에 민감해 침체기에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 산업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는 방송·통신서비스, SW, 영상, SI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방송·통신 서비스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방송통신 해외진출지원협의회’를 구성했다. 또 방송·통신분야 해외수출 4대 전략품목으로 와이브로, IPTV, DMB, 방송콘텐츠 등을 선정하고, 내수를 넘어 해외 수출까지 총력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 융합산업은 이번 정부가 선정한 17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방송·통신 융합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방송·통신 융합 산업은 ‘콘텐츠·서비스·네트워크·단말기’의 유기적 결합으로 성장한다. 정부는 방송·통신 융합을 통해 2018년 수출 2200억달러, 신규 일자리 15만개를 만든다는 중장기 계획도 밝힌 상태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난 10년 국내 통신시장은 과감한 경쟁도입(PCS·3G·와이브로·DMB·시내 외 국제 등 다양한 유무선사업자 진입허용)과 외국자본에 대한 최대 49%까지 기간통신서비스 투자허용 등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해 세계 최고의인터넷강국이 됐다”며 “이제는 방송·통신 융합의 시대고 방송도 통신과 플랫폼은 같기 때문에 통신의 성공신화가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규제완화 조치를 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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