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LCD 업계가 반도체에 이어 치킨 게임 종식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출하량을 30% 안팎 늘린 공격 경영을 펼친다. ‘크리스털 사이클’이 무너질 정도로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지만, 강한 압박으로 경쟁국 업체를 압박해 2분기 이후 실물 수요가 살아나면 후발 업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의지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만 업체들의 출하량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어서 한국과 대만 업체간 격차는 올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양대 패널 업체는 각각 지난해보다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을 무려 30% 가량 늘린 올해 경영 목표를 수립했다.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양사를 합친 세계 시장 점유율은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니터용 패널 3900만장, 노트북 패널 4550만장, TV용 패널 3700만장 등 총 1억2850만장의 대형 LCD 패널을 출하하기로 경영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9590만장보다 34% 정도 급증한 공격적인 출하량 전망이다. 이 회사는 특히 모니터·노트북·TV 등 대형 패널 시장 전부를 석권함으로써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낙관적인 시황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2분기 이후 시장만 살아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특히 국내 패널 업체는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고 환율도 유리한 상황이어서 대만 패널 업체들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8세대 라인 양산 가동을 계기로 작년 9560만장보다 27%나 늘어난 1억2130만장의 대형 LCD 패널을 출하하겠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는 모니터용 패널 3800만장, 노트북용 패널 4530만장, TV용 패널 3000만장을 각각 달성, 대형 패널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기로 했다. 양사의 이 같은 출하량 목표치가 이뤄지면 올해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시장 출하량 전망치 5억3720만장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운 4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양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 42.3%보다 무려 4.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는 셈이다.
반면에 올해 대만 주요 패널 업체인 AUO·CMO·CPT는 지난해보다 출하량 목표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들은 전망했다. AUO는 올해 모니터용 패널 3000만장, 노트북용 패널 3200만장, TV용 패널 2400만장으로 전체 대형 패널 출하량은 9850만장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CMO와 CPT도 각각 모니터용 패널 3300만장과 1250만장, 노트북용 패널 1400만장과 300만장, TV용 패널 2500만장과 230만장으로 전체 대형 LCD 패널 출하량 목표치가 각각 7450만장과 2380만장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올해 대만 3개사를 합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9.5%보다 3%포인트가량 더 떨어진 36.6%에 이를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록 올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23%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만 패널 업체들과 실력 차이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