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전 세계 IT 업계에 꽤나 큰 뉴스가 하나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IBM이 중국의 렌샹그룹에 컴퓨터 부문을 매각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렌샹그룹은 중국 최대 컴퓨터·IT 그룹으로, IBM의 컴퓨터·노트북 부문을 인수하면서 이들의 레노버 노트북PC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을 바라보는 IBM의 시각은 달랐다. 매각 당시 IBM 컴퓨터 부문의 연간 매출은 100억달러가 넘었는데, 이 사업을 렌샹그룹에 매각하면서 받은 돈은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의 한국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매매가 아닌가.
이 판단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에 미국과 한·중·일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미래에 비즈니스의 중심을 ‘물건’으로 보는지 ‘서비스와 정보’로 보는지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IBM이 컴퓨터 사업 부문을 중국에 매각한 것은 이미 부가가치가 물건에서 서비스와 정보 쪽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컴퓨터나 노트북PC와 같은 단말 하드웨어 사업은 설비와 장치, 그리고 이를 생산하기 위한 노동력의 가격에 의해 좌우될 테니, 이쯤에서 사업을 접고 더욱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인터넷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안쪽에 있는 것에 주도권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바깥에서 현실세계와 연결하는 물건과 관련한 사업에 집중을 할 것인지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인터넷의 안쪽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글이 수십만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구축한 이른바 ‘정보발전소’ 사업에서 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의 미래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다양한 기업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은 현실세계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다양한 단말 및 하드웨어 기술 부문에 집중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한국이나 일본의 전략도 유망할 것이다. 그것은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시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하드웨어 싸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과 일본을 거쳐 중국이 이를 이어받을 것이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다한다면 인도가 부상할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미래를 파악하고 미래 산업으로 ‘정보와 서비스’를 선택했다. 이로써 다시 한 번 미국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자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아직도 휴대폰 단말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조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할까. 이제는 우리도 지식기반의 산업화를 촉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르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나라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에너지와 열정이 있으며,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두려워 하지 말고, 지식경제 서비스 산업의 세계화를 추진한다면 우리나라가 미래를 선도하게 되지 않을까.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블로거·칼럼리스트 jihoo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