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ERP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거 맞습니까?”
작년 한국동서발전 ERP추진실에 한 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상 ERP가 구축되고 나면 한두 달 정도는 시스템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현업부서 직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게 마련인데,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작년 11월 ERP기반 통합정보시스템인 ‘E-웨이(E-Way)’를 구축 완료했다. 이를 통해 70여개에 달하던 개별 업무시스템을 하나의 시스템에 연계, 직원들이 전반적인 업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이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간단한 정보 확인을 위해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했던 직원들의 불편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처럼 E-웨이가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2월부터 ERP 추진실 정예인력이 공휴일까지 반납하면서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사용자 위주의 시스템 개편=E-웨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재무·관리·자재·인사·건설관리 등 360여개에 이르는 회사 업무를 사용자가 이용하기 쉽도록 ERP 기반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ERP 내 캘린더 프로그램의 요일 표기 순서를 우리 식으로 바꾸는 데만 자그마치 석 달이 걸렸다. 요일별로 업무 교대가 잦은 발전소 업무 특성상 이를 바꾸지 않으면 교대자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동서발전 ERP추진실은 먼저 ERP를 도입했던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활용 측면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거울삼아 사용자 입맛에 맞는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썼다.
협력 업체들의 E-웨이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웹으로 보면 모든 업무 진행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어디에 있어도 추진실 안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는 ERP 추진실-협력업체-컨설팅 업체 간 온라인 통신망인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PMS가 프로젝트 구축기간 내내 ERP추진실과 모든 협력자들 간 의사소통에 도움을 줬다.
동서발전 ERP 구축 프로젝트에는 베어링포인트·대우정보시스템 등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동종업계 유사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던 인력이 투입돼 단기간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E-웨이 ‘독창성’ 인정받아 =한국동서발전의 ERP시스템은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발전설비정비관리시스템(POMMS)과 발전소건설공정관리시스템(EPMS), 그리고 SAP의 ERP솔루션이 한데 어우러져 독창적인 ‘발전소용 ERP’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POMMS와 정비시기예측시스템을 연계해 정비비용을 크게 줄였으며, 발전소 건설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EPMS를 발전회사 최초로 구축해 사업비 정산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이번에 업무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비롯해, 실시간 경영지표·리스크 관리·경영환경 예측 시뮬레이션 등 기능을 갖춘 전략경영시스템(SEM), IT인프라를 편리하게 보여주는 정보기술아키텍처(EA), 국제회계기준(IFRS)시스템 등도 함께 구축함으로써 차세대 글로벌 발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그림을 완성했다.
동서발전은 향후 자사 ERP시스템의 특허 출원 및 국내외 발전소 공급을 통해 한층 고도화된 발전소 운영 및 통합경영시스템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