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술은 단연 맥주다. 일본에 가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일본인은 일본산 맥주를 즐긴다. 그리고 일본 사케나 소주도 많이 즐기는 편인데 이 역시 일본산이 주류다.
스카치 위스키도 일본 브랜드가 꽤 유명하며 수요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한마디로 일본 사람은 자신들이 만든 주류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와인은 어떠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사람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양식의 선호도도 높아짐에 따라 와인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일본의 기후 조건은 포도를 재배하기에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겨울에는 매우 춥고 여름에는 고온다습해 일조량이 풍부하고 건조해야 할 기후 조건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그러나 1965년 이후 대기업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포도 생산을 시작해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이 소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와인 역사는 오래된 편이다. 8세기께 불교가 전래되면서 중국으로부터 포도가 나라현에 전파됐고 12세기에는 일본의 와인 집산지인 야마나시현에서 야생 포도품종이 발견됐다는 기록도 있다. 1594년에 포르투갈의 선교사에 의해 처음으로 레드와인이 일본에 상륙했다.
당시 레드와인은 틴타슈(Tintashu)로 불렸는데 이는 포르투갈어인 틴타(Tinta)와 일본어로 술인 슈(Shu)가 합쳐진 합성어다.
17세기 도쿠가와 시대에 와인 수입을 금지해 한동안 와인이 일본에서 사라졌으나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 문호가 개방되면서 다시 와인이 일본에 등장하게 됐고 1875년에 일본 최초로 와인공장이 설립됐다.
일본 화이트와인은 자생품종인 코슈, 사이벨, 류간을 위시해 샤르도네, 네오뮈스카, 리슬링, 소비뇽 블랑이 주종이다. 레드와인 품종은 뮈스카베일, 키요미, 메를로, 카베르네 쇼비뇽, 카베르네 프랑 등이 유명하다.
주요 산지로는 일본 와인 발상지인 야마나시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신슈 기코노하라, 메를로로 유명한 나가노, 머스켓 베일을 주로 사용하는 니카타와 야마기타, 그리고 홋카이도와 규슈 지방이다. 특히 홋카이도의 와인 박물관은 일본 와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교육장소다.
특히 샤토 루미에르는 프랑스의 샤토 마고와 독일의 슐로스 요하니스버그에서 포도묘목을 수입해 재배함으로써 훌륭한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 토종 포도는 풍미에서 아직 부족한 느낌이 들며 개성이 부족하나 세계적인 양조기술의 일본인만큼 머지않아 훌륭한 와인이 생산될 것이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