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6개사의 합병 철회를 시사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치밍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11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완전 통합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가 투자해 설립할 예정인 ‘타이완메모리’는 기술 습득에 주력한 뒤 제조 수요에 맞춰 대만 내 현존하는 회사들의 인수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5일 정부 발표와 180도 달라진 내용이다.
인치밍 부장은 당시 “앞으로 6개월 안에 자국 내 메모리반도체기업을 한데 모아 통합 반도체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엘피다 및 미국 마이크론과 제휴 여부는 3개월 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만 정부가 자국 D램업계를 모두 끌어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신 시장 기능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곳만 선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만 정부는 자국 D램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700억대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책정한 금액은 300억대만달러로 줄었다. 통합 D램업체 설립을 총괄하고 있는 타이완메모리의 존 슈안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되도록 적은 돈으로 더 큰 효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정부가 장대한 계획을 갖고 출발했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깨닫고 있다”며 “대만 정부의 이번 후퇴는 일부 반도체업체의 파산을 통한 공급 과잉 해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회생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