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참여 제한 `허점 투성이`

中企만 참여하는 사업에 대기업 수주

 정부가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지원을 위해 20억원 이하의 국가 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으나, 예외조항을 적용한 발주를 통해 삼성SDS·LG CNS·SK C&C를 비롯한 대기업이 수주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일부 기관은 대기업 제한 사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20억원 이상 사업도 가격경쟁을 하다보니 수주금액이 20억원 미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대기업 참여 한도를 20억·10억원에서 40억·20억원으로 올릴 계획이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 1일부터 3월 12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입찰한 1억원 이상 SW개발·서비스·DB구축 사업의 낙찰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 제한 사업 중 17% 가량이 대기업에 돌아갔다.

 1억원 이상의 SW 관련 사업은 258건으로, 71개 사업이 대기업에 돌아갔으며 이 중 44개가 대기업 참여 제한에 해당되는 범위인데도 대기업이 수주했다.

 중소기업진흥및구매촉진법과 SW산업진흥법에 의해 연매출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20억원 이상 공공SW사업에만, 매출 8000억원 미만 대기업은 10억원 이상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다. 낙찰결과 매출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이 20억원 미만의 사업을 수주한 것은 16건이며, 8000억원 미만 대기업이 10억원 미만 사업을 수주한 것은 28건이다.

 이들 사업을 대기업이 수주하는 것은 대부분 법의 예외 조항에 근거했다. 대기업 참여 제한제도는 △정보화전략수립(ISP)사업 △시범사업 △본사업의 유지보수 △불가피한 사유 등 4가지는 예외조항으로 규정했다. 특히 불가피한 사유는 발주자가 판단하도록 해 발주자 재량에 따른다.

 대기업 A사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5억4000만원 규모의 ‘주민서비스통합정보시스템’ 관련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에 ‘긴급’을 붙여 가능했다. A사는 서울시의 버스 서비스 관련 사업을 12억7000만원에 수주했다.

 B사는 통계청의 8억2800만원에 시스템 시범 구축 사업을 낙찰받았다. 이 회사는 통계청의 통계 DW 시스템 개발 용역 사업도 수주했다. 이 사업은 5억원 규모다. 매출 8000억원 미만인 C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의약품종합정보서비스 고도화 사업을 5억8500만원에 낙찰받았다.

 20억원 이상 사업이었지만 가격을 낮춰 입찰함으로써 낙찰을 받은 것도 부지기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통합DB 구축사업은 21억원 규모 예산이 확보돼 대기업 참여 하한을 넘어서는 사업이었지만, 19억3000만원을 쓴 B사에 낙찰됐다.

 실제로 20억원 미만의 사업이 대기업에게 돌아간 셈이다. 산림청의 19억원 규모 사업도 D사가 같은 이유로 수주했다.

 익명을 요구한 SW기업 CEO는 “예외 조항 중 시범사업도 있는데, 시범사업일수록 중소기업에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근 긴급 등을 이유로 제도를 회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 발주하는 경우는 아예 집계조차 안된다”고 꼬집었다.

 업무상 관리 허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2월에 발주한 SW 개발사업 가운데 대기업 제한 사업이 20여건에 달했으나 절반인 10여건에 대기업 제한 사업이라는 명시가 안돼 있다.

 공공기관의 한 발주자는 “중소기업에 맡기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많아 부득이 대기업에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 제도를 정확하게 모르는 발주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제도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관리감독 주체를 명확하게 하는 한편 의무적인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