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크리`시대, 산업지형이 바뀐다](4)고객엔 국경이 없다

 소니 대표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 소니코리아는 비록 일부 제품이지만 바이오 운영 프로그램인 ‘윈도’ 버전을 한글에서 영문과 한글 두 가지로 바꿨다. 사실 이전에는 영문 버전이 필요 없었다. 대부분의 고객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 관광객 중에 소니 노트북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자 프로모션 방향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고환율이 한국을 ‘외국인 쇼핑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달러·엔·위안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아예 관광이 아닌 쇼핑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외국인은 ‘IT강국 코리아’라는 이미지와 맞물려 필수 쇼핑 품목으로 전자 제품을 빠짐없이 꼽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생산한 제품이어서 나라별로 큰 기능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싼 덕분이다.

 소니 인터넷쇼핑몰인 ‘소니 스타일’에서 디지털 일안반사식카메라(DSLR) 알파 시리즈 ‘A350’ 제품은 국내 판매가격이 85만원이다. 환율을 100엔당 1600원으로 잡았을 때 일본 현지에서는 7만9800엔(12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무려 4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콤팩트 디카 ‘사이버샷’ 시리즈도 평균 20만원 가까이 싸다. 애플 ‘아이팟 터치’ 8Gb는 일본보다 41%가 더 저렴하다.

 ‘국경이 없는 장터’로 불리는 인터넷몰은 아예 외국인 전용 코너를 속속 마련 중이다.

 G마켓은 최근 해외배송 패킹 프로그램까지 보완했다.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한 곳으로 모아 일괄 배송 체제를 구축해 해외 배송 기간을 2∼3일까지 단축했다.

 외국어를 지원하고 배송 서비스도 강화했다. 실제 G마켓은 지난해 3분기 이후 해외 구매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소비자의 거래 건수는 환율 급등 직전인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9만건으로 3분기 대비 115% 늘었다. 일본도 지난해 3분기에는 거래 건수가 2만2000여 건에 불과했지만 4분기를 지나면서 4만4000여 건으로 두배 가량 폭주했다. 중국도 4분기에 2만8000여 건을 기록해 전분기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다.반면 환율 영향이 크지 않은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국가의 해외 배송 건수는 비슷했다.

 G마켓 김준영 글로벌 운영팀장은 “배송비를 포함하더라도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제품은 국내 인터넷몰을 이용한다”며 “과거 무게가 나가 배송비 때문에 주문이 드물었던 디지털 카메라 카메라 렌즈, 미니 노트북 등 고가의 전자 제품 구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 주요 전문상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다국어 방송은 물론 영어·일본어에 능숙한 직원을 새로 고용하거나 외국어 전용 제품 카탈로그를 제작했다. 환율 효과를 겨냥한 해외 소비자의 ‘월경’ 때문이다.

 고환율 현상으로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주요 유통 채널의 고객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강병준·이성현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