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 공산품에 3년 내 96%의 관세를 철폐하고 5년 내 모든 품목으로 확대한다. EU는 3년 내 99%(품목 수 기준), 5년 내 100%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14%인 TV 관세는 협상 발효 3년 뒤에도 남게 됐다.
1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24일 서울에서 한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은 상당한 수준까지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우리 정부와 EU는 다음달 초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한·EU FTA 타결을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FTA를 맺으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6조309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15조1600억달러)의 거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와 베르세로 EU 수석대표는 지난 3∼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수석대표 회담을 갖고 잔여 쟁점을 정리했으며 8차 협상에서 최종 타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산품 관세 철폐 시기와 관련해 EU는 3년 내 99%, 우리는 96%의 품목에 관세를 철폐하고 5년 내 완전 철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한미 FTA에 비해 개방 폭이 커진 것으로 한미 FTA 당시 미국이 3년 내 철폐하기로 한 공산품의 비율은 91%였다.
핵심 쟁점인 자동차와 관련해 양측은 1500㏄ 이상 중대형은 3년 내에, 1500㏄ 미만 소형은 5년 내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현행 자동차 관세는 우리가 8%, EU가 10%의 세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럽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관세 14%인 TV는 협상 발효 3년 뒤에도 관세가 남아 있게 된다.
우리 당국이 가장 큰 수혜 품목으로 예상한 자동차, TV 등 영상기기 분야의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한 대신 우리 측은 압축기와 공장기계 등 기계·모직·정밀화학 제품 등 3년 이상으로 기한을 연장했다. 특히 영상 부문은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주요 업체가 이미 유럽 현지에 생산공장 및 물류기지를 마련하고 있어 이번 FTA가 체결되더라도 큰 혜택이 없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혜 관세 적용 대상을 판별하는 핵심 기준인 원산지 문제가 결론나지 않았지만 의견 차가 상당히 좁혀진 상태다.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 FTA 방식을 차용해 협정 발효 1년 뒤에 별도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OPZ) 지정 여부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뤘다. EU 측에서 계속 요구해 온 원산지 표기 방식인 ‘made in EU’는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비스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한미 FTA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되 환경과 통신 등 일부 분야에서 한미 FTA보다 개방 폭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