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업계 `판`이 바뀐다

 국내 프린터 업계에 ‘새 판’이 짜이고 있다. 주요 업체가 제조와 마케팅 파트너를 바꾸는 등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일반 소비자(B2C)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B2B) 시장을 겨냥해 새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후지제록스 프린터스’를 새 우군으로 영입했다. 후지제록스를 생산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지난 2004년 이후 주춤했던 프린터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삼보는 ‘e레이저’라는 자체 프린터 브랜드가 있었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사업을 중단했다. 삼보는 2004년 이전 주로 엡슨·렉스마크 등과 함께 프린터 사업을 벌였다.

기업용 시장을 목표로 라인업도 크게 강화했다. 흑백 위주에서 컬러를 추가했으며 앞으로 기업과 조달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삼보의 새 e레이저 라인업은 A3·A4 흑백과 컬러 모두를 지원하며 프린터 한 대로 최다 10명이 함께 사용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회사 김종서 사장은 “PC와 함께 프린터를 패키지로 판매해 구매단가를 낮출 계획”이라며 “관공서·일반기업·교육기관·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삼보는 5월에 신제품을 추가해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까지 모델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신도리코도 글로벌 프린터 업체 ‘렉스마크’와 손잡고 제품 라인업을 크게 강화했다. 신도리코는 그간 렉스마크에 외주 형태로 제품을 공급해 왔으나 국내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에도 ‘신도리코’ 브랜드로 렉스마크 제품을 판매키로 합의했다. 그 대신에 외주 브랜드의 하나인 일본 리코와는 브랜드는 유지하면서 국내 판매만 대행해 주기로 했다. 신도리코는 리코 제품과 관련해 지난해까지 신도리코 브랜드로 판매해 왔다. 신도리코 측은 “장기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며 “외주 생산 위주에서 자체 브랜드 전략으로 나가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프린터 시장은 21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만6000여대가 줄었다. 복합기 시장도 2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잉크젯과 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를 모두 합친 전체 사무기기 시장도 2007년 281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255만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소비자(B2C) 시장은 줄지만 기업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