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추가경정예산에 요청한 페이퍼리스(Paperless) 사업 예산 전액이 삭감돼 공공기관의 전자문서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민간 기업의 전자문서 사업 투자도 거의 없는 가운데 공공기관의 투자마저 올 스톱되면서 200여개 전자문서 관련 중소기업이 줄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관계기관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행안부와 지경부가 공공기관 문서 전자화를 뼈대로 한 페이퍼리스 사업을 위해 800억원의 예산을 이번 추경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행안부와 지경부가 ‘녹색 정보화’라는 타이틀까지 내걸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려던 종이문서의 전자화 사업이 거의 백지화될 전망이다.
공공부문 투자가 전면 중단되면서 솔루션·검색·스캔 등 200여개 전자문서 관련 중소업체들도 개점휴업 상태에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종영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부회장은 “전자문서 사업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사업으로 꼽혀왔다”며 “경기침체로 민간 기업의 전자문서에 대한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 가운데 정부마저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시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듀플렉스 등 몇몇 중소업체들은 아예 업종 전환까지 고려 중이다.
유익희 듀플렉스 사장은 “전자문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북한 냉동수산물 수입사업과 같은 부업을 고민 중”이라며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다른 분야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전문성도 없어 경영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전자문서 시장 위축은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한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들의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등 산업 생태계의 동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KTNET, LG CNS, 삼성SDS, 한전KDN, 하나아이앤에스 등 5개 공전소 사업자가 수십억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이용율이 낮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긴 업체는 전무한 상태다.
일본 정부가 최근 3조엔 규모의 IT뉴딜을 추진하면서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종이문서의 전산화를 주요 사업을 내세운 반면에 우리 정부는 이를 아예 포기하면서 향후 온라인 행정 경쟁력에서도 한국이 뒤처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경의 구체적인 부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공공기관의 페이퍼리스 사업은 수 년간 진행됐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예산 삭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