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2009년 사회·경제 및 IT분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IT분야의 키워드가 ‘비용 절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침체를 넘어 유례없는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 경제 현실에서, 기업체 CIO에 닥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원가절감이다. 이에 따라 IT아웃소싱을 검토하거나 시스템 구축 시 중국이나 인도 인력을 활용한 오프쇼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거나 더 나아가 유사 업종 기업끼리 공통의 플랫폼을 개발해 공유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달성 차원에서 시작된 ‘그린(Green) IT’도 최근에는 그 초점이 점차 원가절감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장을 줄이기 위한 비디오 회의,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한 양면 인쇄, IT장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전자파 배출 감소로부터 전력량 소비라는 직접적인 원가절감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2008년 5월 영국의 컴퓨터월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린IT에 임하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력소비 절감이 53%, IT자산 수명 연장이 41%로 나타났다.
최근 대표적인 기업들의 CIO를 만나봐도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고, 그 결과 IT 관련 예산이 줄어들어 업무 추진에 고충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흔히 회사 경영 사정이 어려워질 때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이 IT인데, 그 이유는 IT예산의 대부분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구매나 프로젝트성 금액으로서, 일을 추진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가장 가시적으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업이 살아남아야 하므로 이런 처지가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이 너무 근시안적인 처방이 아닌가 생각된다.
굳이 세계가 네트워크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오늘날 기업 운영에서 IT적용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IDC에 따르면 데이터 볼륨과 네트워크 대역 폭이 향후 3년 내에 지금의 10배까지 커지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불황의 끝에서는 세계는 더욱 작아지고, 평평해질 것이며, 이것을 이용할 줄 아는 앞선 기업들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프로젝트를 없애버리는 임기응변 처방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IT분야의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면서도, 앞날의 기회에 대응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IT 인프라를 구성하는 요소에 낭비 요소는 없는지, 어떻게 하면 같은 돈을 쓰면서도 우리 기업의 시스템을 보다 ‘똑똑하게’ 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IBM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에서 흔히 쓰는 일반 범용 서버는 가용 용량의 6%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용되지 않는 서버 운용을 위해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고, 또 쓸데 없이 데이터센터 공간만 차지하며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용량 확대에 따라 더 많은 서버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IT 에너지 소비량은 향후 5년 내에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낭비가 방치될 경우 기업 IT예산의 거의 70%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능,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서 사용되지 못하고 기존 시스템을 관리, 유지 보수, 보안 설정 및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될지도 모른다.
수백만가지에 달하는 센서, 카메라, 자동차, 선적용 컨테이너, 지능형 가전기기와 전자태그 등이 서로 연결돼야 하고, 기업, 소비자, 국가, 시민 단체 등 IT를 사용하는 모든 주체 등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장비를 통해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단순한 프로젝트 추진 중단을 통한 예산 절감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IT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색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IT자원의 낭비를 막는 보다 ‘똑똑한’ 방안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라 일컫는 방식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어도 마치 레고 블록처럼 기존 프로그램을 재조합해 재사용할 수 있다. 또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재구축하면, 현재 사용되는 서버의 수를 70% 줄이고 데이터 센터의 공간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기업체 누구나 마찬가지듯이 최근 경제 상황은 CIO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단기 프로젝트 삭감보다는 전체 IT 비용의 70%를 차지하는 운용 비용 절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웃소싱과 같은 IT운영 방식의 변경에서부터 가상화 기술,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도입,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IT원가를 보다 근원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흔히들 IT 비용은 기업이 어려울 때는 갑자기 줄어들었다가 기업이 좋아지면 지나치게 놓아지는 비용이라 인식되는데, 기업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늘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다 ‘똑똑한’ IT 운용시스템을 구상해보자.
이경조 한국 IBM GBS 대표 kjlee@kr.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