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과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1929년 시작된 ‘대공황(The GreatDepression)’에 빗대어 ‘대경기후퇴기(The Great Recession)’라고 부른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불황’이라고 부르기보다 ‘후퇴’라고 부르는 것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현재의 경기침체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역시 경기 침체기를 ‘불황’보다는 ‘후퇴’라고 말하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하지만 표현이 어떻든간에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면 대공황에 맞먹는 불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IT산업 역시 경기 후퇴기의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받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전반에 해빙 분위기가 확산돼야만 IT시장 역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의 IT 분야 채용전문사이트인 다이스닷컴(Dice.com)의 톰 실버 마케팅 담당 임원(CMO)은 최근 IT 분야 종사자들에게 아주 희망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이번 경기후퇴기가 직전의 경기 침체기와 비교할 때 IT 분야 종사자들에게 희망적인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 CMO가 제시한 경기 후퇴기의 IT 분야 여섯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IT 분야 고용 탄력성이 과거보다 양호해졌다=현재 미국 전체 실업률이 8.1%인 데 비해 IT 부문 실업률은 5.4% 수준이다. 직전 경기 후퇴기에 전체 산업 평균 실업률이 6.3%였는데 IT 부문은 6.5% 수준이었다.
(2) IT 분야 구인구직 상황이 비교적 좋아졌다=다이스닷컴에 등록된 IT 부문 잡 포스팅 건수를 보면 직전 경기 후퇴기의 2.7배에 달한다. 새로운 경력을 쌓고 싶은 IT전문가들에게 기회는 훨씬 많이 열려 있다.
(3) IT는 이제 비즈니스 테크놀로지다=연봉 순위가 높은 10개의 일자리 가운데 7개가 IT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재무분석, 요구사항분석, 커뮤니케이션 등 업무 추진 시 IT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아주 곤란하다. 바야흐로 비즈니스 IT가 뜨고 있는 것이다.
(4) IT 부문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높아졌다=지난 2002년 IT 부문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6만7900달러였다. 지금은 7만8035달러에 달한다. 이는 작년보다 5% 증가한 금액이다. IT전문가들은 현재 자신들이 일하는 직장에서 핵심 자산 또는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5) 테크놀로지 분야 혁신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구글은 지난 2001년 말 종업원이 284명이었는데 지금은 1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혁신적인 IT업체들의 고용효과가 커지고 있다.
(6)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기회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테크놀로지가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 기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 센터에 중요한 솔루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가상화 기술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이상 여섯 가지 기준으로 보면 IT 분야는 분명 희망적이다. 불황기에도 IT와 비즈니스 간 융합 현상이 심화되면서 IT 부문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이스닷컴 CMO의 말에 얼마나 신뢰를 주어야 할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과연 IT 부문 일자리는 계속 증가 추세를 유지할까, 혹시 IT 전문가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비즈니스와 IT 부문 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결론이 어떻게 나든간에 IT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현시점에서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IT 전문가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길수 CIOBIZ 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