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막히니 `과기교류` 꽁꽁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과학기술 교류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평양과학기술대학 개교 등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던 협력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올해 초 개교 예정이던 평양과기대 개교가 9월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과기대는 지난해 말 남측 인사들이 방북해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취소됐다. 남북관계 경색이 심각한 현재로서는 9월로 연기된 개교 일정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던 공동연구·학술대회 개최 등의 과학기술 협력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학자의 북한 방문이 원천 차단되면서 중국이나 일본 등 제3국에서 만나 협력을 논의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연구위원은 “정부간 협력은 전부 중단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은 거의 위축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협력 중 정부 프로젝트 받아서 하던 사업은 관성이 있어서 추진은 되지만 접촉이 많이 줄었다”며 “대규모 시찰이나 공동학술대회 등 평양을 직접 방문하는 사업들도 많이 없고 간단한 시찰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과부가 이달 말까지 공모하는 ‘2009년도 남북 과학기술 및 학술협력사업 신규과제’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공동연구 10과제 내외와 학술회의 8과제 내외 등 올해 남북 협력사업 신규과제를 공모한다. 하지만 공모시 가산점을 주던 남북간 공동연구 양해각서(MOU) 등 증빙서류 첨부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심사와 선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변상호 연구원은 “(공동연구) 의향서 같은 것을 받는게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존에 공동연구 의향서를 받아놓은 분들도 있고, 공동 연구할 의지가 있는 분들은 어떻게든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창윤 양자협력과장도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교류 협력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연구자들이 어려워하는 점은 있지만, 과제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