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나가신다, 길을 열어라!’
전국 호환 3개월째를 맞아 교통카드의 기능과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교통카드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곳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교통요금 지급 수단을 넘어 자판기, 편의점 등 부가 결제기능이 더해져 주머니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전국을 하나로=부산에 사는 L씨는 서울에 갈 때 교통카드를 꼭 챙긴다. 부산역까지 대중 교통 이용은 물론이고 복잡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곧바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카드인 T머니와 경기도 교통카드 이비카드는 부산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 이용 가능하다. 반대로 부산교통카드인 마이비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3개 카드의 공용 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부산, 충남(천안·아산), 강원(원주·강릉), 전남(목포·여수·광양) 등이다.
교통카드 호환은 올 상반기에 제주와 경북 포항, 전남 나주, 경남 함안·밀양, 충남 지역으로, 하반기에는 울산 및 경남·경북, 충북, 전남북 지역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교통카드 무한 경쟁=지난 1월 10일 시작된 전국 교통카드 호환은 교통카드의 부가 서비스 확대와 함께 사업자 간 무한 경쟁이라는 변화를 몰고 왔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경쟁은 결국 어떤 카드가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K씨는 주말 일정을 교통카드 하나로 해결한다. 지하철을 타고, 애인과 영화를 보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저녁을 먹기까지 결제는 교통카드 하나면 다 된다. K씨는 조만간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입장권도 교통카드로 구입해 관람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퍼진 ‘마이비 카드’는 3월 현재 대중교통요금 지급 외에도 10개 이상의 추가 기능이 있다. 편의점을 비롯해 영화관과 스포츠경기장, 패스트푸드 점은 물론이고 구청 민원 단말기 요금과 소액의 기부금까지 낼 수 있다. 올해 들어 택시 요금 결제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앞으로 대형마트와 병원, 약국, 고속도로 통행요금 지급까지 가능해진다.
서울 거점의 대표 교통카드로 사용 금액 면에서 전국 1위인 ‘T머니 카드’는 공영 주차장과 서점, 편의점 등으로 결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T머니는 인터넷 쇼핑과 충전, 모바일 결제 기능 등 e카드로의 변화 측면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이비카드’는 학생·청소년을 대상으로 충전이 필요 없는 실명제 교통카드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 마케팅을 강화하고, 대구경북의 ‘대경교통카드’는 대학 이벤트 및 독도사랑 캠페인 등 지역 행사를 후원하며 지역 밀착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교통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교통카드 소득공제 혜택과 더불어 다양한 영역에서의 소액지불 요구 증대, 생활 속 IT와 융합을 통한 사용처 확산 등으로 이 같은 비교통분야의 이용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충전소 확대 등 해결 과제 많아=진정한 교통카드 전국 호환으로 가기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
서울,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중심으로 교통카드 호환 시대가 열렸지만 엄밀히 말해 전국 호환은 아니다. 대구경북 등 몇몇 지역은 여전히 특정 교통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교통카드 사업자의 생존, 지자체와의 협의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질적인 전국 호환으로 가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호환에 따른 충전소 확대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최근 서울 T머니와 부산 마이비 카드가 각각 부산과 서울에 20곳씩의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모집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호환 가능 지역의 카드별 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