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정책의 기본방향이 종전의 ‘인프라’ 관점에서 ‘서비스’ 관점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지난해부터 구체적인 방안 마련도 추진 중이다. 범정부 차원의 전사아키텍처(EA) 수립, 정보화촉진기본법 개정안 마련, 공공정보화 핵심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새로운 정보화 방향 수립 등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거버넌스 체계 확립 시급=정부는 현 공공정보화의 문제점을 인식,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공공정보화 수술을 맡고 있는 곳은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다. 과거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는 주요 부처의 공무원들로만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현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따라 민간 전문가들도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수행 중이다. 현재 위원회는 공동위원장으로 행정안전부 2차관과 박정호 고려대 교수가, 위원으로 주요 부처 실장급 10명과 민간전문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와 위원회가 현 공공정보화의 대대적인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칼이 바로 ‘거버넌스 체계’다. 이들은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정보시스템이 부처별로 무분별하게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보다 효율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부는 가장 먼저 올해 처음으로 기존에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던 IT예산 심의권과 정보화 프로젝트 조정권을 위원회로 이관, 통합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월 각 부처로부터 전사아키텍처(EA) 기반의 정보화 실행계획을 받았다. 오는 6월에는 각 부처로부터 내년도 정보화예산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부처별로 수립한 정보화추진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할 사업과 개별적으로 추진할 사업을 분리, 평가해 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실시되는 EA 기반의 정보화 실행계획은 초기 수준에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 단계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EA 기반의 실행계획을 각 부처에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삼성SDS와 LG CNS가 컨소시엄으로 수행 중인 범정부 EA 작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착수, 오는 5월 초 완료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위원회가 이에 대해 고민을 진행한 바 있다.
향후 거버넌스 체계 수립작업이 완료되면, 각 정부 시스템의 표준화와 통합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정보화가 개별 부처 중심에서 범정부 차원으로 포트폴리오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복지 정책을 놓고 보건복지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관광체육부 등 여러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정보화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단일화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원회의 역할은 향후 정보화촉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설립되면 좀 더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향후 공공정보화는 과거처럼 개별 부처에서 나눠서 별도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아키텍처 기반의 표준화, 데이터의 상호운용, 정보보안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시스템 연계·통합에 주력=행안부도 현 공공정보화의 문제점을 인식, 공공정보화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새로 수립된 정보화 전략은 크게 △정보시스템의 연계·통합 △수요자 중심의 정보화 추진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투자 강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화 마련의 네 가지다.
우선 가장 활발하게 추진될 분야는 연계·통합 부문이다. 박성일 행안부 정보화기획관은 “그동안 정부는 인프라를 확대하는데 주력,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했다”며 “범정부 정보화를 이루기 위해 연계·통합 부문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전·광주의 정부통합전산센터를 통해 물리적으로 시스템을 집중화한 데 이어 현재 1만1500여개에 이르는 각 부처의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통합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버 및 스토리지 통합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4개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인사시스템을 한 대의 서버 및 스토리지로 통합, 30%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업무 시스템이 통합된 것은 인사시스템이 첫 사례다.
이와 함께 정부는 1600여개에 이르는 포털도 통합할 계획이다. 현재 이에 대해 수요조사를 실시 중이다. 수요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공공기관 포털을 통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온라인 서비스 중 유사 서비스를 찾아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조사도 이미 착수한 상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국민들이 누구나 쉽게 원하는 포털을 찾고, 이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정렬 행안부 정보화총괄과장은 “포털 및 서비스 통합 작업은 궁극적으로 서비스 관점에서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시스템을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 과장은 “과거 정보화의 순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무조건 고객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만을 진행해 왔다”며 “그러나 해킹 등 여러 역기능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를 집중 강화할 예정이다. 제도적인 정보보안 정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보화가 그동안 업무를 지원하는 ‘백본’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IT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의 국제정보접근센터를 추가 설치,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제정보접근센터는 아시아 8개 국가, 아프리카 4개 국가 등 총 18개 국가에 설치돼 있는데 올해 4개 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IT사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신혜권 CIO BIZ+ 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