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날씨 변덕까지 USN 덕에 콕콕"

"동네방네 날씨 변덕까지 USN 덕에 콕콕"

 제주도민 김모씨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웬만하면 일기예보를 보지 않는다. “하루에도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합니다. 같은 시간인데도 서귀포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제주시에는 햇볕이 내리쬐죠. 산세나 지형 자체가 워낙 독특하다 보니 기상청도 속수무책입니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관광 도시다. 이 때문에 도민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하는만큼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도민뿐만 아니라 변덕스러운 날씨는 여행객도 간혹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에 기상청은 더욱 정확한 기상 예측과 함께 지역별(동네별) 맞춤형 일기 예보를 위해 USN 기상관측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무선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올IP 기반 통합관측환경을 구현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 기관에서는 처음으로 무선 메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한 것으로, 향후 기관 공동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동네마다 ‘맞춤’ 일기예보=기상청은 USN과 무선 메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일기예보에 나섰다. 기상청은 제주도 성산포에서 고산에 이르는 지역에 USN 기상관측장비 25개조를 설치했다. 또 약 90㎞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무선 메시 네트워크(50개 노드)를 구축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2007년도에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제주도 서귀포 일원에 USN 기상관측장비 9개조와 무선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범 사업을 제주도 남부 전역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기상청이 이번에 구축한 USN 기상관측시스템은 관측 센서만도 7종류다. 온도·습도·기압·강우·강우감지·풍향·풍속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취합된 센서 정보는 일반 기상 예보뿐 아니라 기상 재해 발생시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위한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희구 기상청 정보인프라기술과 과장은 “기존의 기상관측장비는 타워를 중심으로 각 센서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케이블을 길게 늘이지 않는 이상 기상 관측 시 거리 제약이 많았다”며 “그러나 USN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게이트웨이를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라면 관측 센터를 어느 곳이든 설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를 비롯한 이번에 구축한 무선 메시 네트워크를 통해 기상관측 자료 전송을 위한 이중 경로를 확보하게 됐다. 또 그동안 통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기상 관측을 수행하지 못했던 지역에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제주 지역의 작은 동네까지도 더욱 정확한 일기 예보를 할 수 있게 됐다.

장영진 사무관은 “동네 지역마다 일기예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특히 한두 시간 이후의 기상 예측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특히 태풍이나 집중 호우 등 악기상을 집중 감시할 수 있고 기상 특보 시간도 기존에 비해 3∼4시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활용방안 ‘무궁무진’=기상청은 이번에 구축한 통합 관측환경을 확대 적용하는 작업을 올해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도 지역 전체로 확대하고 향후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 및 자연 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기관 망으로 공동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생물연구소의 지질관측 센서도 이번에 구축한 통합관측환경에 수용할 계획이다. 또 관측 데이터들은 품질 관리 과정을 거쳐 제주도청이나 서귀포 시청 등 방재 기관에도 제공된다.

이희구 과장은 “타 기관의 기상이나 환경, 해양, 생태 등 다양한 관측 분야와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향후 USN 기상관측장비를 관측 자료 수집과 전송을 위한 허브로 활용할 것이며 관련 지역에는 지능형 기상정보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이희구 기상청 정보인프라기술과 과장

―일반 무선통신망이 아닌 무선 메쉬 네트워크를 채택하게 된 배경은.

▲USN 기상관측장비가 기존 자동기상관측장비와 차별되는 큰 장점 중 하나는 전원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선 무선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무선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메시 네트워크를 채택했다.

―이번 프로젝트 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제주도는 지역 전체가 관광지라 할 만큼 주변 경관 보존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따라서 7∼10m 높이의 장비를 설치할 장소(34군데)를 선정하고 협의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번 프로젝트는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 자가 네트워크인 무선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때문에 무선망 구축을 위한 절차나 노하우 등이 부족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향후 추진할 과제는.

▲기상청은 기상관측이 필요한 기후변화 환경감시, 생태환경 및 농작물 상태 변화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공동 인프라에서 관측된 단일 데이터가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되는 USN 통합관측환경 구축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USN 통합관측환경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이 해당 지역의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로 전달될 수 있도록 지능형 기상정보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