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짝퉁의 진실](하) 인증평가시스템 마련 급하다

 오픈마켓에 ‘짝퉁’ 비상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법원이 ‘오픈마켓 운영자는 짝퉁 상품 유통을 막아야 할 책임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업계는 ‘방관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모니터 요원을 늘리거나 상표권 침해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일부는 병행수입업체의 진품에 대해 계속적인 판매를 유도하고 있지만 상표권자의 시선이 따갑다. 공식 수입업체인 상표권자의 은근한 압박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김종경 온라인쇼핑협회 법무팀장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관이 함께할 수 있는 상시운영 인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의 이중성=병행수입품은 상표권자에 의해 공식 수입이 되지 않았을 뿐 짝퉁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수입되는 공산품이 경쟁을 통해 가격거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전체 해외수입브랜드 시장 규모 10조원 가운데 절반이 병행수입품이다.

 해외브랜드 본사들은 이러한 수익성 때문에 병행수입을 묵인하면서도 원칙적으로 수입 국가의 공식 유통채널 이외에는 다른 경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싸야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로 인해 병행수입품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병행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도 않은 iQ·큐브 등 미니자동차들이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수입돼 인기를 얻고 있다”며 “해외 유명브랜드 간의 가격경쟁을 통해 수입공산품의 가격을 낮추려는 병행수입제의 취지를 다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에 끼인 오픈마켓=짝퉁 거래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오픈마켓도 자체 자정활동이 한창이다. 옥션은 상표권자 권리 침해방지 프로그램 ‘베로(VeRo)’를 2003년 도입했으며 G마켓 역시 지난해 1월 가짜 상품 방지를 위해 ‘브랜드 프로텍션 프로그램(BPP)’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파크도 지난해 9월 지재권보호센터를 오픈, 상표권보호에 팔을 걷었다.

 하지만 공식 수입사들은 오픈마켓이 제공한 툴을 오히려 악용해 병행수입업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해외 유명 신발을 수입하는 B사는 최근 한정판매분으로 제품을 병행수입해 들여와 판매했다가 졸지에 짝퉁으로 몰리기도 했다.

 서울세관 송웅호 계장은 “병행수입품을 모두 짝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라벨이 정품과 다르다거나 바느질 등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의무도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대책은=특허청은 지난 1월 국내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를 출범시켰다. 특허청과 관련업계는 협회가 병행수입의 짝퉁시비 논의 창구로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학진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 사무관은 “상표권자와 오픈마켓 등이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고소·고발 이전에 진위 여부를 가리는 창구”라며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에 소속돼 있는 국내 상표권자들은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상표권자인 공식 수입사의 참여가 없으면 병행수입품의 짝퉁 논의는 의미가 없다. 이에 대해 해외 유명의류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협회에 가입해 진품을 논하는 것은 오히려 상표권자의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도 있다”며 “상표권자마다 입장이 모두 틀린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내 ‘지재권보호 민관협의회’를 통해서도 병행수입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조사총괄과 손성수 사무관은 “협의회는 상표권 위반에 대한 단속방향과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라며 “병행수입품에 대한 짝퉁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