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계의 공룡 IBM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력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IBM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65억달러 규모의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IBM 역사상 최대규모의 M&A 협상이다. 인수가는 지난 17일 선의 종가(주당 4.97달러)와 비교할 때 두 배 가까운 가격이며 IBM은 이를 현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M&A 협상이 현실화됐을 때 IBM과 HP가 각축을 펼치고 있는 서버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서버시장 1위를 차지한 IBM이 선을 인수하면 HP와 격차를 12% 이상으로 벌리게 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협상이 불발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합병에 따른 반독점 규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뉴스의 눈>
IBM의 선 인수가 성사되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선이 보유한 공개SW 부문의 경쟁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IBM 역시 최근 리눅스 등에 많은 공을 들여왔지만 ‘공개SW 지상주의’를 펼칠 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서버·스토리지 시장 등에서 선의 비중이 점점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IBM의 선 인수 추진도 하드웨어(HW)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단순한 목적보다는 공개SW 플랫폼과 개발자 커뮤니티 등 선이 보유한 공개SW 자원을 통해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선이 보유한 공개SW 자원은 자바가 대표적이다. IBM은 이미 수년 전부터 메인프레임 프로그래밍에도 자바 스크립트를 지원하는 노력을 벌여온만큼 IBM은 자바를 통해 HW 및 SW 비즈니스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의 서버용 OS ‘솔라리스’, 공개SW DBMS ‘마이SQL’ 등은 완전히 IBM 제품군에 융합되기보다는 별도의 독립사업부 형태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IBM은 ‘AIX’라는 자체 유닉스서버 OS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DBMS 역시 ‘DB2’를 기본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성격상 이들 제품을 섞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마이SQL이 주로 웹 기반 신생 중소벤처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처럼 별도 사업부에서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에서도 HW 시장 측면보다는 공개SW를 기반으로 새롭게 파생되는 부분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HP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한국IBM이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되겠지만 최근 수년간 한국썬의 시장 점유율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IBM으로 옷을 갈아입을 ‘선 오픈소스’ 전략의 활용 여부에 더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IBM의 선 인수설이 보도된 직후 18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선의 최대 개발자 행사 중 하나인 ‘커뮤니티원’의 막이 올랐다.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개발자들은 선이 보여줬던 공개SW 및 개발자 지원정책이 향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데이비드 더글러스 부사장, 류 터커 클라우드컴퓨팅 부문 CTO 등 선의 임원진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미국)=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