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다른 팀으로의 이적 때문에 친정 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은 다반사다. 하지만 지난 13일 화승 오즈에서 KTF 매직엔스로 이적한 박지수는 얘기가 좀 다르다. 이적하자마자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더욱이 결승으로 가는 길목인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이 맞붙게 되기 때문이다.
KTF는 지난 15일 서울 문래동 룩스 히어로센터에서 열린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숙적 SK텔레콤 T1을 상대로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상대는 화승. 두 팀의 대결은 오는 22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전통의 명문 KTF와 신흥 강호 화승이 펼치는 용호상박의 대결에서 관심은 박지수에 쏠려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규정에 따르면 정규 시즌에는 로스터가 발표된 이후 이적하게 되면 내달 로스터에 포함되기 전까지는 출전할 수 없다. 다만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협회 측은 정규 시즌과는 별도의 로스터를 적용하기 때문에 박지수가 화승과의 플레이오프에는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친정 팀을 상대로 치르는 플레이오프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박지수는 화승의 에이스 이제동을 아레나 MSL 결승전에서 만나 3 대 0으로 완파하면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한솥밥을 먹던 화승 선수들의 특성 및 경기 방식을 박지수가 잘 안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 전투에서 박지수의 활용도는 100점 이상이다.
KTF와 화승은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적이 없다. 두 팀이 프로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KTF는 프로리그 원년인 2003년부터 2006년 전기리그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2004년 3라운드 정규 시즌 전승, 2005년 전기리그 10전 전승 1위 등 정규 시즌에서 23연승을 내달리며 프로리그 역대 최다 연승을 기록했다. KTF는 2006년 전기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오른 이후 2년 반가량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화승의 전성기는 2006년 후기리그부터다. 2006년 전기리그에서 9위에 머물던 화승은 후기리그에서 7승 3패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 2007년 전기리그에서 15승 7패로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한 화승은 광안리 결승전에서 삼성전자에 0 대 4로 완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권토중래한 화승은 더욱 강한 면모로 돌아왔고 후기리그 정규 시즌 1위와 결승전에서 CJ를 제압하고 후기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 통합 챔피언전에서도 화승은 삼성전자를 제압하고 왕중왕 자리에 올랐다.
양팀은 지난달 8일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정규 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에이스 이영호가 활약한 KTF의 낙승이었다. 승자승 방식인 이번 대회에서 양팀의 선봉이 누구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물론 양팀 감독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지훈 KTF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전에서 고전한만큼 플레이오프에서는 4 대 2 정도의 스코어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상용 화승 코치는 “맵 배치상 힘든 경기가 예상되기 때문에 최종 7경기에서 4 대 3으로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